부산시, 건축가 30여 명 선정해 '공공건축가 제도' 실시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그동안 밀어붙이기 재개발, 재건축 방식 정책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아름다운 건축문화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낮았다. 개발주의 정책 아래에서는 건축주와 시공사 입장이 크게 반영되기 마련이고 건축가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예술로서의 건축'이 실종되고 천편일률적인 건축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게 되었다.
여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공공 건축물에 있어 건축가의 철학과 정신을 강화하자는 취지가 '공공건축가 제도'다.
기획에서 설계, 발주까지
도시계획 전반 다양한 권한
공공건물에 예술 덧입히고
'턴키' 방식 폐지까지 기대
부산시도 이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부산시 건축주택과 김형찬 과장은 "준비단계를 거쳐 오는 7월까지 30명 안팎의 능력 있고 참신한 공공 건축가를 선정해 하반기에 시범 실시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공공 건축물 발주와 도시 계획 수립 시, 기획과 설계 업무에 대한 조정, 자문, 설계를 맡기면서 일관성 확보는 물론, 신진 건축가들의 참여 기회를 크게 늘리겠다는 취지다.
공공 건축가 제도는 건축 계획과 설계 단계에서 건축물에 예술성과 안전성을 입히고 나아가서는 지역 역사성과 정체성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경북 영주시가 2009년 이 제도를 처음 시행했고, 서울시는 2012년에 공공 건축가와 총괄 건축가 제도를 시행하면서 그 효과를 보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시스템이다.
특히 프랑스 '엘리트 공공 건축가 제도'는 모든 건축 과정을 공공 건축가에게 맡겨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준다. 대표적인 생산물이 바로 드골 공항과 테제베(TGV) 역사다.
동아대 건축학과 김기수 교수는 "건축가, 건축주, 시공사의 입장을 매끄럽게 조정할 수 있는 공공 건축가 제도는 잘 운용되면 부산의 건축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어 "실명제를 도입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건축가는 "어정쩡하게 시행되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제도가 실효를 보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로 '턴키방식'을 부산시가 전향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턴키방식'은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해 건축가가 시공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제도다.
부산의 많은 건축가들은 공공 건축가 제도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이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특히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일감 부족, 낮은 설계 단가, 외국 건축가 선호 현상, 과당 경쟁으로 어깨가 축 처진 젊은 건축가들에게 단비 같은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 건축'에서 건축이 단지 기능적인 설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움직임들이 조금씩 날개를 펼치려 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들이 쌓이게 되면 건축물 기공식, 준공식에 건축가가 VIP로 대접 받는 날 역시 멀지 않을 것이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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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건축가 제도'의 결과물인 프랑스 샤를르 드골 공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