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고 보기 좋은 '명품 북항' 만들려면 기준부터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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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 있던 항만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선도사업으로 진행됐던 새 국제여객터미널이 지난 달 준공돼 오는 7월 개장을 앞두고 있고, 오는 9월엔 투자설명회를 통해 상업·IT영상·복합도심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분양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100년간 단절됐던 항만과 원도심을 연계하고 부산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마련해야 할 이 사업이 아직도 '엇박자 행정'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행자 막는 관통도로 
유동인구 확보 절실하지만
사업 구역엔 왕복 4차로 도로
반지하화로 도보 장애물 없애야

건축 가이드라인의 부재
시 차원의 경관 기준 마련 시급
국제공모 도입에는 찬반 양론


■차 중심 관통도로, 문제 없나?

북항 재개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의 확보와 민간 사업자의 사업성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재개발사업 주체인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시의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항 재개발의 경우 유동인구 증가를 통한 사업성 보장은 물론, 공공성 확보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는 보행 접근성 문제에서부터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재개발 지역 안을 관통하는 폭 60m의 왕복 4차로 도로가 논란이다. 이 도로가 북항 재개발사업의 핵심부지라 할 수 있는 해양문화지구로의 보행자 접근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북항 라운드테이블(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 협의 자리에서도 이 도로가 꼭 필요하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BPA는 "부산시의 장기 교통 계획상 중앙 관통도로 위로 경전철이 건설될 예정이라 도로 건설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데 최근 부산시 안팎에서는 "북항 재개발사업이 성공하려면 장애 없이 보행자가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차도 대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해안도로와 같은 반(半)지하화를 BPA에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BPA 관계자는 "이미 도로 기반을 닦아 놓은 상태라 반지하화가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 예산 문제 아니겠느냐"며 "도로 건설은 부산시 소관이라 결국 시 의지와 예산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도로 하나를 놓고도 시와 BPA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만 보이고 있는 꼴이다.


■경관 가이드라인 세워야

북항을 세계적인 관광지, 명품 친수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경관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

부산시는 다음달 9일 부산시장과 BPA 사장이 참석하는 협의회에서 국제현상공모를 통한 건축물 건립을 부지 분양 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BPA는 이 같은 분양 조건이 "민간 사업자의 투자 의지나 사업성을 낮출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국제현상공모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부산의 한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국제 지명 제한공모가 아닌 국내외 건축가에게 열린 형태의 공모라면 외관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홍콩처럼 각 건축물을 길과 연결되게끔 설계하는 안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보행로를 입체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동아대의 한 건축 전공 교수는 "모든 건물이 국제공모를 거쳐야 한다는 것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제현상공모 여부보다 부산시 차원의 구체적인 개발 지침과 경관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시 차원의 가이드라인 없이 건축물이 제각각 건립될 경우 오히려 난개발 가능성마저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공론의 장' 다시 열자!

이처럼 뒤늦게 도로나 건축 계획과 관련된 논쟁이 재점화 되고 있는 것은 부산시와 BPA가 재개발에 앞서 마땅히 거쳐야 할 의견수렴 과정과 협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건축 전문가는 "항만 재개발의 모범사례로 평가 받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경우 재개발에 앞서 4~5년 동안 시민들의 요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체화 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늦었지만 BPA와 부산시도 보다 나은 것을 수용하려는 개방적인 자세, 열린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개발 방식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중앙도로의 경우 필요하다면 도로 건설 대신 보행로 형태로 활용하다가 2단계 사업부지와의 연결 차도로서의 기능이 필요해질 때 포장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의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단순히 재개발 1단계 사업만 보지 말고 2단계를 포함한 장기적인 도시계획 차원에서 북항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원도심과의 연계 발전을 위해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전차 거리를 모델로 산복도로 망양로에서 북항 재개발지역을 잇는 대로를 도시계획선을 통해 점차 확보해 나가는 아이디어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역이슈팀=손영신·이호진·이자영

김한수 기자 is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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