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적합 약수터'를 주민 반발 무서워 방치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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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 삼아 살아온 우리 민족은 유난히 약수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산에서 나는 물이라면 마치 산삼 녹은 물이라도 되는 양 '약효가 있는 샘물'이라는 뜻의 약수(藥水)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낙동강에 젖줄을 대 온 부산 울산 경남 사람들은 기억도 하기 싫은 페놀사태 등 낙동강 오염 사건으로 약수에 대해서는 맹신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약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

부산지역 16개 구·군에 있는 약수터는 모두 183곳으로, 최근 4년간 수질검사에서 34~40%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환경부가 지난해 전국 먹는 물 공동시설 1천413곳을 조사한 결과, 32%(450곳)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과 유사하거나 약간 웃도는 부적합 판정률인 셈이다. 계곡물이나 지하 얕은 곳의 지하수를 수원으로 삼는 약수터는 주변 오염원에 노출되는 바람에 '대장균 약수터'로 전락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더욱 딱한 노릇은 일선 지자체들이 약수터를 직접 만든 주민들의 반발을 이유로 시설 폐쇄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시의 감사 결과 금정구는 2회 이상 연속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약수터 12곳의 수질을 재검사한 결과 10곳이 먹는 물로 부적합해 '시설 폐쇄'가 필요함에도 '사용 중지' 경고문을 내거는 데 그쳤다고 한다. 서구도 약수터 8곳 중 4곳에 대해 시설 폐쇄 조치를 하지 않아 감사에서 적발됐다.

지자체는 시민들이 약수터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수질을 직시하도록 일깨우는 데 먼저 진력해야 한다. 약수터 현장에다 부적합 사유를 적시하고 음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부산시 보건환경정보 공개시스템이나 환경부 토양지하수종합정보시스템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민들이 수질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 약수터 안심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 부적합 약수터를 폐쇄하는 것도 시민의 건강을 위해 지자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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