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뻔한 '청자 빌딩' 市가 사들여 보존한다
부산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부산 중구 동광동 '청자 빌딩'을 직접 매입해 보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부산 근대 건축물 보존·관리 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속보=상업 시설로 개발돼 사라질 위기(본보 2월 26일자 6면)에 처한 부산의 역사적인 근대 건축물 '청자 빌딩'(부산 중구 동광동·백산기념관 옆 붉은 벽돌 건물)이 공공적으로 보존될 길이 열렸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본지의 보도 이후 "시가 직접 매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11일 오전 '부산시 근대건조물 보호위원회'가 소집돼 보존 가치와 매입 절차,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서 시장이 근대 건축물 보존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데다 의회와 건축·문화계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서 부산시가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근대 건축물을 직접 매입해 보존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본지 보도에 서 시장 "매입" 지시
추경 확보한 후 건물주와 협의
지역 근대 건축물 보존 시금석
"부산시의 파격적 결정 환영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활용을"
부산시는 예산 확보를 위해 특별교부금 할당과 추경 예산 확보 방안 두 가지를 놓고 고심하다가 부산시 소유가 가능한 추경 확보 방안에 대해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공간 활용 방안을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논의할 수 있으며 종합적인 관리도 훨씬 쉬워지는 장점이 있다. 오는 4월 추경예산을 확보하면 건축물 소유주와 협의를 거쳐 빠르면 5월 말께 '청자 빌딩'을 매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 역시 근대건축물 보존에 대해 의지를 보이고 있어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 도시재생과 강신윤 과장은 "시장이 근대 건축물 보존에 의지를 보인 만큼, '청자 빌딩' 매입을 계기로 부산 지역 근대 건축물의 정밀한 보존 ·관리에 더 많은 행정력을 쏟겠다"며 " 이미 2012년에 마련한 '근대 건조물 보호 기본 계획안'을 바탕으로 근대유적 푯말과 보존 홍보 활동, 그리고 보수 작업을 차츰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라고 밝혔다.
부산시의 근대 유산 매입은 매우 신속하고 이례적인 조치여서 향후 부산 근대건축물 보존·관리 정책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의 '땅 팔기' 정책에서 벗어나 부산의 소중한 근대 유산들을 직접 매입해 문화관광 자산으로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해양대 동아시아 학과 김정하 교수는 "그동안 지역의 근대 건축물 보존 여론에 냉담했던 부산시가 이번에 보여준 신속한 조치는 상당히 파격적이며 대단한 결정"이라며 " 이번 경우를 전례 삼아 시가 근대 유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해 시민들의 문화생활공간으로 돌려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동아대 건축학과 김기수 교수 역시 시의 전향적인 결정을 반기면서 "시, 부산국제건축문화제, 부산문화재단, 민간 단체들이 근대 건축물을 모니터링하면서 근대건축물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청자 빌딩'은 1920년 대에 옛 한성은행 부산지점이 입주했던 곳이다. 인근에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조선은행 위치)를 비롯해 14개 은행이 밀집한 금융중심가였으나 현재는'청자 빌딩'만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건물이 민간에 매각되면 오피스텔이나 호텔 등 상업 시설로 개발되어 근대 유산이 소리도 없이 사라질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