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밝은 조명… 야생동물 잠 못 든다
지난 28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내 오토캠핑장에서 환경 전문가와 본보 기자가 캠핑장의 조명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내 오토캠핑장의 불빛과 소음 등이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오후 9시께 삼락생태공원 오토캠핑장. 이날 부산의 몇몇 관공서와 호텔은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전등 스위치를 내려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지구의 시간(Earth Hour)'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오토캠핑장 가로등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캠핑장 내 62면을 가득 채운 텐트에서도 불빛이 흘러나왔고 간간이 이용객들의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갈대숲을 비추기도 했다.
환한 삼락오토캠핑장 조명
도심 가로등과 같은 조도
야생동물 수면 장애 불러
낙동강본부 환경용역 발주
취재진이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캠핑장 가로등 빛이 얼마나 밝은지 측정했다. 가로등 바로 아래선 조명도가 181룩스(Lux)로 나왔다. 도심에 있는 가로등의 밝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가로등에서 조금 벗어난 10m 거리까지 조명도는 44.4룩스로 측정됐다. 이 같은 밝기의 가로등이 캠핑장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에 따르면 삼락생태공원에는 현재 오토캠핑장을 포함해 가로등 120개, 공원등 180개, 조명탑 3개, 기타 2개 등 총 305개의 인공 조명이 설치돼 있다. 이들 조명은 보통 일몰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는데, 체력단련장 등 이용시설에는 오후 11시까지 조명을 밝혀둔다. 또 차량이 통과하는 도로에는 여명 때까지 불을 켜둘 때도 있다.
전문가들은 캠핑장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소음 등이 야간에 활동하는 야생동물의 영역을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공 불빛으로 밝힌 밤은 수면 장애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며 야생동물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 이준필 팀장은 "야간에 오토캠핑장 안에 사람이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동물들의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캠핑장 조명 밝기나 운영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야생동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생태보존국장은 "생태공원뿐만 아니라 낙동강 하구 도로변의 가로등도 조명이 너무 밝아 사실상 24시간 낮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이 같은 빛 공해는 야생동물의 번식과 먹이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낙동강관리본부도 캠핑장 운영에 따른 조명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예산 1천만 원을 들여 이에 대한 환경 영향조사 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이번 용역에서는 캠핑장의 야간 밝기를 조사하고, 외곽반경 500m 내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등의 동물 종류를 파악한다. 용역 기간은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삼락생태공원에 오토캠핑장을 운영하기 전부터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된 사안"이라며 "생태계 미치는 영향은 용역 결과가 나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