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물만골 마법
재개발 주택가 옥상
야광별 스티커를 단 물탱크들이
비행접시처럼 떠 있다
빨래들이 신호기를 흔들자
비행군단은 푸른 주문을 외운다
"살라가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디디 부!"
하늘 아래 산 번지 물만골
생애 한번은 마법에 걸리고 싶은,
은하를 향해 창문이 달그락거리는 골목
저녁이면 날개를 펴는 물탱크들이
일제히 이륙을 시작한다
우주 저쪽
꿈꾸는 행성을 향해,
배옥주 (시집'오후의 지퍼들'·서정시학 시인선·2012)
골짜기를 흐르는 맑은 물이 가뭄에도 마르지 않을 만큼 수량이 풍부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물만골'은 수만곡(水滿谷)이 옛 명칭이며 황령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물만골 공동체는 주민자치를 지향하여 중요결정 사항은 마을총회에서 하며, 황령산 생태계 복원과 자연생태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환경부가 우수생태마을로 선정하였다 한다.
부산은 흔히 '푸른 물통의 도시'라고 할 만큼 '주택가 옥상'마다 '물탱크들'이 즐비한데, 그 까닭은 겨울 날씨가 포근하여 물이 얼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야광별 스티커를 단 (푸른) 물탱크들이 비행접시처럼 떠 있'는 '하늘 아래 산 번지 물만골'에 '마법'이라도 걸어 신비한 '우주 저쪽'의 '꿈꾸는 행성을 향해' 날아가게 하고 싶은 동심 같은 순수한 마음이다. 오정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