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로 세상보기] 19. 정원을 보면 그 집안을 안다
키 큰 관목인 차나무가 가지치기로 소담한 재배식물로 변모했다. 박중환 제공물주기와 말리기 요령을 터득했다면 실없이 화초를 말려 죽이는 일은 없을 성싶다(5월 1일·8일 자 참조). 그렇다고 '푸른 엄지'의 경지에 닿았다고 할 순 없다. 제때 비료를 주고 가지를 잘라 단장하고, 병·해충이 닥치면 적절히 대처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햇빛을 찾아 위로 자란다.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의 경우 천장 전등불빛이나 창을 통해 드는 빛을 햇빛인 줄 알고 부지런히 좇지만 늘 빛 부족에 시달린다. 그래서 실내 식물은 필사적으로 줄기와 가지를 뻗어 웃자랄 수밖에 없고, 점차 꺽다리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일조량이 부족한 장마철 실외 정원수와 농작물에도 나타난다. 적절한 가지치기는 꺽다리를 다듬어 보기 좋게 하는 한편, 웃자람으로 허약해진 뿌리를 보양하는 일석이조와 같다. 그런데 식물이 아플까 봐 가지치기를 주저하는 분이 간혹 있다. 식물은 신경계를 갖고 있지 않아 아픔은 물론 희로애락도 느끼지 못한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식물의 생장이 신통치 않으면 불필요한 가지부터 치자. 가지치기를 할 때는 먼저 어떤 자태로 다듬을지 계획을 세운 뒤, 전후·좌우를 살피며 정전가위를 이용해 미용사가 머리카락을 손질하듯이 조금씩 자르면 실수를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식물은 팔·다리가 잘리는데 왜 강해질까? 식물의 줄기나 가지 그리고 뿌리 사이사이에는 언제든 새 가지나 줄기를 낼 움을 갖추고 있다. 포식자가 잎과 가지를 잘라 먹으면 나머지 가지에서 더 많은 잎과 가지를 내고, 태풍이 밑줄기를 통째로 꺾으면 그루터기 뿌리에서 새 줄기가 돋는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터득한 비책이자 진화의 산물이다. 그런데 포식자나 태풍 때문에 갑자기 풍성했던 가지와 잎이 잘려나가면, 뿌리는 그만큼 남게 된 영양분을 축적하여 머지않아 더 풍성해질 잎을 위해 자신을 튼튼히 한다. 가지를 칠수록 건강해지고 성장이 빠른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여름철 상추는 농부가 잎을 따면 이내 더 많은 새잎을 내며 쑥쑥 자란다. 야생 녹차나무는 본디 8m나 자라는 키 큰 관목이지만, 녹차 밭의 차나무는 농부가 매년 이른봄 가지치기를 한 결과 더 많은 새 가지에 작고 부드러운 새싹이 수없이 돋고, 잘 다듬은 정원수처럼 소담스럽다.
실내 분식물(盆植物)의 병·해충은 골칫거리이다. 통풍이 원활하지 않은 실내 환경 탓이다(4월 24일 자 참조). 병·해충이 생기면 가지와 잎을 잘라 농약 가게를 찾아 상담하는 게 상책이다. 대부분 농약은 맹독성이기 때문에 사용법을 꼭 지키고, 특히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비료는 꽃망울이 맺기 전 비료를 주는 게 좋다. 비료의 종류는 꽃가게에서 구매하되 최소량을 주면 된다. 관상용 분식물이 마냥 자라면 되레 밉상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물구멍이 없는 용기에 심었다면 아예 주지 않는 게 낫다.
식물을 잘 키우고 싶다면, 역설적이지만 잘 키우려 애쓰지 마라! 스스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지켜보며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제 자식 잘 키우겠다고 사사건건 참견하는 부모처럼 식물을 키우면 십중팔구 망친다. 유럽 속담에 '그 집 정원을 보면 그 집안을 안다'는 말이 있다. 작은 분식물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사람이 제 자식인들 제대로 키우겠는가! 다음 회(5월 22일)에는 덤으로 얻는 실내 원예 효과를 소개한다. 박중환/'식물의 인문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