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우기 1
창 너머로 끊일 듯 끊이지 않는 빗소리
방은 오래도록 비어있다 아니 적막이 끈적끈적
온 방을 차지하고 있다
방 안의 낯설지 않은 흔적들이 나를 에워싼다
내 속의 빈방에도 질긴 인연의 비로 습기 자욱하다
솔기를 뒤집어 안으로 밖을 들여놓으면
겹겹이 슬었던 곰팡이들 한 겹씩 벗겨져 내린다
끈끈이주걱 속에 빠진 벌레처럼 몸부림하다 양순해지는
기억 같은 낙숫물 소리
어둠을 박음질하며 멀어진다
달빛이 등불을 들고 방 깊숙이 들어선다
서경원 (시집'유리에 뜨는 달'·신생시선·2014)
우리나라의 '우기'는 대체로 6월 중순부터 7월 하순 사이에 북태평양 기단이 오호츠크 해 기단과 만나면서 구축된 불안정한 장마전선의 오르내림으로 형성된다. 일조량이 급격히 감소되고 습도와 강수량은 증가되며 태풍의 영향 등으로 비바람, 천둥·번개를 동반하기도 하는 악천후의 기간이다.
'끊일 듯 끊이지 않는 빗소리'는 자욱한 '습기'와 함께 '끈적끈적 온 방을 차지하고 있다'. 공허한 마음, 그 '빈방에도' 눅눅해진 날씨처럼 '습기'가 '자욱하다'. '끈끈이주걱 속'의 '벌레처럼' 체념하는 수밖에 없지만, 다시 '솔기를 뒤집어' 마음속 깊이 '슬었던 곰팡이들' 벗겨 내면서 은은한 '달빛' 기다려야 한다. 오정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