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의 '헛챔질'] 버릴까? 가져올까!
/이재희 위크앤조이팀 차장

바다가 낚시인에게 관대한 적이 있었다. 남극에서 잡아온 크릴, 살아 있는 대하 등 최상급 미끼가 아니더라도 고기가 덥석덥석 물어주던 시절이다.
전북 부안군 상왕등도의 한 어부는 채낚기를 하다가 미끼가 떨어지면 자신의 흰색 러닝을 찢어 낚시에 매달아 우럭을 잡았다.(직접 들은 이야기니 '뻥'이라고 항의 마시라.) 바다가 깨끗할 때의 이야기다.
1970년대 산업화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물건들이 쏟아졌다. 플라스틱이다. 가볍고 싸기까지 해서 부서져도 다시 구하기가 쉬워 농·어촌 할 것 없이 모두 썼다. 수명이 다한 각종 플라스틱은 냇가에 버려지고, 여름철 홍수가 나면 그것들은 강을 거쳐 바다로 갔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바다 쓰레기의 80%는 육상에서 유입된 것. 우리가 별생각 없이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연간 바다 쓰레기는 15만 9천800t으로 이 중 육지 발생 쓰레기는 10만 9천400t,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는 5만 400t으로 추정한다.
이런 바다 쓰레기를 먹이인 줄 알고 넙죽넙죽 받아먹은 바다거북, 상괭이, 갈매기가 죽어갔다. 비단 대형 바다 동물뿐만 아니라 모두가 좋아하는(?) 감성돔이나 참돔, 돌돔은 물론 농어나 우럭 등 모든 물고기가 바다 쓰레기로 줄어든다.
해양환경공단의 연구 결과 바다 쓰레기는 빛의 통과를 방해해 플랑크톤의 성장을 막고 독과 병을 일으키는 물질을 유입시켜 물고기를 집단으로 죽이기도 한다. 바닥에 가라앉은 쓰레기는 물고기가 알을 낳는 장소와 어린 물고기의 성장 장소를 오염시켜 결국 서식지의 파괴로 물고기의 생존을 위협한다.
얼마 전 부산 사하구 다대포 형제섬으로 낚시를 갔다. 포인트에 내린 일행은 낚싯대를 펼 생각도 못 하고 코를 쥐어 싸야 했다. 갯바위 가장자리에서 썩어가는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 때문이었다. 우선 급한 대로 물로 씻고, 나중에 낚시를 마칠 때 쓰레기를 모두 거뒀다.
함께 갔던 낚시인 박용호 씨는 철수 30분 전 맨손으로 그 쓰레기를 모두 비닐봉지에 주워담았다. 일주일 전에도 이 자리를 찾았다는 박 씨는 "당시 쓰레기가 하나도 없었는데 벌써 이렇게 쌓였다"며 두고 가면 자꾸 버리니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이날 쓰레기는 무려 30ℓ 봉투 두 개 분량. 다대포는 낚시점주와 선장, 동호인이 매달 둘째 주 월요일이면 갯바위 청소를 정기적으로 하는 데도 이 정도이니 다른 곳은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천연기념물 제336호인 독도의 서도 앞바다에도 폐어구 등이 30t가량 버려져 있다고 한다.
무심코 버린 종이컵은 바닷속에서 분해되는데 1개월, 맥주캔은 200~500년, 플라스틱은 500년 이상이다. 이래도 버릴까?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