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인 원탁회의' 깨끗한 수돗물 확보 위한 전기 돼야
시민들의 식수 불신은 도시 정책의 최대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사회 이후 도시 형성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인프라가 바로 맑은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상수도 시스템이다. 이게 부족하면 도시 존립 자체가 의문시되고, 시민들의 행복도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부산과 부산시민이 바로 이런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 게 어제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수돗물 100인 시민 원탁회의'였다.
일반시민, 여성·소비자단체, 환경단체, 환경 전문가 등이 참가한 이 자리는 부산 식수에 대한 성토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가자들은 전국에서 가장 수질이 나쁜 낙동강에서 생산되는 부산 식수에 대해 높은 불신을 나타냈다. 한 시민은 "외지인이 부산의 물이 안 좋다며 꺼릴 땐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낙동강 수질은 최악의 수준이다. 오염물질 농도가 기준치 이하라지만 사상 최고치이거나 선진국이 정한 기준치를 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러니 부산 시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불과 1.3%에 그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의 50%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 평균 5.4%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민들은 자신이 가정에서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생수를 사 마신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수돗물 음용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의식하지 못한 채 음식이나 커피 등을 통해 수돗물을 마시게 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것이 맑은 수돗물 확보를 위한 시민운동이 능동적으로 전개돼야 할 이유다. 시민들은 이제 수돗물을 안 먹으면 된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깨끗한 물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소비자로서 나서야 한다. '수돗물 100인 원탁회의'가 이런 시민운동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부산시도 수돗물 공급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경남의 남강물을 왜 가져 오지 않으면 안 되는지 그 실상을 솔직하게 밝히는 게 옳다. 낙동강 수질이 오염물질 기준치 이하라면서 순간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태도로는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시민들은 수돗물을 안 먹고, 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낙동강 물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져야 한다. 이를 내버려두면 시민 건강과 시 재정 모두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