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굿둑 개방, 국토부는 언제까지 딴청 부릴 건가
'소 귀에 경 읽기'란 말이 있다. 아무리 진심 어린 말이라도 듣는 이가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면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과 관련, 국토교통부의 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부산시와 시민, 환경단체, 전문가 등 하굿둑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으나 국토부는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서병수 부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하굿둑 개방 로드맵'을 밝히는 등 최후통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서인 국토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낙동강 하굿둑을 열어라! 국회 대토론회'에서의 국토부 태도는 권위주적 잔재를 그대로 보여 줬다.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의 "3차 용역을 환경부나 부산시가 주도한다면 수문 개방을 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국토부 담당 과장은 "염분 피해에 대한 보상 대책이나 안전성 입증 없이 지금 단계에서는 수문을 열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1, 2차 용역의 모의실험에서 수문을 열어도 상류 10㎞까지는 염분 피해가 없는 것으로 이미 드러나지 않았는가. 이제 3차 용역에서 실제로 수문을 열어 피해가 어느 지점까지 미치는지, 피해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등을 연구하는 일(파일럿 스터디)이 화급한 과제이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수문 자체를 열어 줄 수 없다는 건 3차 용역을 아예 못하게 막겠다는 뜻이 아니면 무엇인가.
구태의연하기는 환경부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하굿둑 개방 문제를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투의 말을 했다. 수문 개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부서의 인식이 이 정도이니 답답하다. 그동안 숱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에도 불구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가 이제는 모호한 화법으로 책임을 피해 가고 있다.
하굿둑 개방 문제가 국토부 및 한국수자원공사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입장이야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하천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굿둑 건설 당시만 해도 하천을 인간의 '이용' 대상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하고 있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국토부와 환경부의 전향적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