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탈출기] 43. 경매 통한 내 집 마련
주택임대차보호법 숙지만 해도 무난
수도권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비용 부담이 적은 경매를 찾는 사람이 적잖다. 연합뉴스양 박사 지도 첫날에 이미 기가 질렸던 장그래 씨. "공부 싫으면 경매하지 말라"던 말이 며칠째 귓전에 맴돈다. 인터넷으로 그 날 배운 생소한 용어를 뒤졌지만 알 듯 모를 듯하다. 자료 검색하다 보니 실전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가장 빠르다는 얘기가 많다. '전세 기간이 내년 봄이면 만료라…. 급매 알아보는 중인데, 차라리 살 집을 직접 경매로 받아볼까. 이만한 실전 경험도 없겠지.' 마음을 정한 장그래 씨.
그러나 막상 겁이 난다. 난관이 한둘이 아닐 성 싶다. 매매와 달리 낙찰 보장도 없고. 낙찰돼도 왠지 찝찝한 느낌도 들 것 같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양 박사 사무실을 찾기로 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다. 근린상가 건물 4층에 10평 남짓 공간. 소파와 책상 두 개가 놓였다. "혼자 사용하십니까?" "네. 이 건물을 2년 전 낙찰 받았죠. 4층 임대가 잘 안 나가 그냥 제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경매 컨설팅사도 운영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 일을 처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입찰 들어갈 물건만 검색하죠. 그리고 공부도 좀 하고요." "이렇게 자유롭게 자기 사무실에서 일하면 좋겠네요. 간섭받지 않고 일하는 게 꿈인데…."
미소로 답하는 양 박사에게 장그래 씨가 본론을 꺼낸다. "제가 아직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내년 봄 전세가 끝납니다. 만기가 되면 또 보증금을 올리겠죠. 이참에 집을 사려고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매로 내 집을 구할까 합니다. 경매로 나온 집에 사는 게 괜찮을는지…."
양 박사가 말끝 흐리는 장그래 씨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윽고 양 박사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시작한다.
"내 집 마련하려고 경매를 원한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정도만 숙지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간혹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면처럼 경매를 서민 등골 빼먹는 거로 여길 필요도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부동산 경매는 자본주의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죠. 일반인들이 막연히 갖는 도덕적 거부감과 달리 투자 자본 회수를 통해 시장경제체제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복잡한 채권· 채무로 얽힌 법률관계를 정리해 불필요한 유· 무형 비용을 절감하기도 하죠. 채무자나 임차인 중 일부가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낙찰자가 원망을 듣기는 합니다만. 하지만 낙찰자가 책임을 질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입찰에 참여해 채무자의 더 큰 손실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게 맞겠죠. 다만 주의할 게 있습니다. 낙찰 후 법 규정과 별도로 명도 과정에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급매 물건보다 하자가 많을 수도 있고. 그런데도 담보 책임을 물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장그래 씨, 정말 조심해야 할 게 따로 있습니다." 정리=임태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