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탈출기] 46. 경매 현장조사 유의점
숨어 있는 하자도 꼼꼼히 챙겨라

"생각보다 빨리 연락이 와서 조금 의외였습니다. 솔직히 공부만 하다 말거나 입찰 참여는 훨씬 뒤가 될 줄 알았습니다." 장그래 씨를 보자마자 양 박사가 미소로 맞는다. "제가 좀 소심한 편이긴 합니다. 방금 그 말은 칭찬으로 들어도 되겠죠." 장그래 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힌다.
"물론입니다. 많이 신중한 성격 같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 못지않게 배움에 대한 갈망을 더 크게 느꼈거든요."
솔직한 양 박사 말에 장그래 씨 마음이 열린다. "저도 경매에 이렇게 빨리 뛰어들 줄 몰랐습니다. 재테크 수단이 수두룩한데 굳이 경매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여러 가지 상황이 얽혀 양 박사님 도움이 급합니다. 실은, 갑자기 전셋집을 나갈 처지가 됐어요. 제가 살 집을 구하려다 보니…."
양 박사가 장그래 씨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면, 장그래 씨가 눈여겨본 물건을 한번 돌아볼까요?"
양 박사와 입찰 후보 물건이 소재한 현장을 둘러본 장그래 씨.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연륜과 경험에서 전달되는 차이가 피부에 와 닿는다.
똑같은 장소를 현장 답사했지만 시선이 전혀 달라서다. 무엇보다 양 박사는 장그래 씨가 현장 조사 후보에서 제외했던 빌라에 더 흥미를 드러냈다. "발품 팔아 주거용 부동산을 살필 때는 주의할 사항이 있어요." 양 박사 말은 이랬다.
경매에 나온 아파트나 빌라는 두 부류로 나뉜다. 누구라도 다 알 만한 입지에 있고 단지 규모도 큰 아파트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물건 분석에 큰 어려움이 없다. 대신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가격에 입찰해서는 낙찰받기가 쉽지 않다. 무리해서 입찰가를 올리면 되겠지만 이럴 경우 낙찰을 위한 경매가 될 수 있다. 주객이 전도된다는 얘기다.
반면, 세대수가 너무 적고 입지가 떨어지는 낡은 아파트나 빌라는 낙찰 받기는 상대적으로 쉬워도 그 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우선 수리비 부담이 매우 크다. 투자 목적이라면 환금성도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물건도 잘 분석하면 꽤 괜찮은 수익이 가능하다. 흔하지는 않지만 '진흙 속 진주'도 발견된다. 현장 조사를 통한 물건 분석은 그래서 한다. 숨어있는 하자나 가치를 발견하는 안목을 기르는 과정인 셈. 아무 목표 없이 그저 현장에 나가서 주변을 돌아보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조사는 꼼꼼할수록 좋다. 경매 물건이 있는 동네가 머릿속에 완전히 그려져야 한다. 집 안 내부를 확인하면 좋겠지만 대체로 그건 힘들다. 그나마 선순위 세입자로 보증금을 다 받아가는 임차인이 거주하는 경우 집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해서 대부분 겉만 보고 판단하거나 같은 구조의 평형대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때 발생합니다." 설명하던 양 박사가 잠시 말을 끊는다. "문제요?" 장그래 씨 머리가 또 복잡해진다.
정리=임태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