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설 대목 앞둔 시장 '텅텅', 물탱크· 수도관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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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 앞둔 시장 '텅텅'…물탱크· 수도관 '꽁꽁'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24일 부산 동구 부산진역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길을 걷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마치 영화 '겨울왕국'처럼 온 세상이 얼어붙었다. 북극에서 기습적으로 찾아온 한파는 24일에 이어 25일까지 한반도 전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부산·울산·경남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지역은 역대 최저 기온을 갈아치웠다.

■'겨울왕국'이 된 부산

올 겨울 최저 기온을 기록한 부산도 수도관이나 물탱크 파열 등 동파 사고가 잇따랐다. 외부 나들이객도 사라졌다.

부산 24일 체감온도 -15.3도
영도 아파트 외벽타일 떨어져
초읍어린이공원은 인적 없어
전문가 "제트기류 약화로 이변"


24일 부산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추위가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현재까지 수도관 및 물탱크 파손, 외벽 타일 추락, 도로 결빙 등 안전사고 관련 신고가 39건 접수됐다. 사상구 주례동의 한 주택에서는 옥상의 물탱크가 추위에 파열됐으며, 사하구 괴정동의 한 이면도로에서는 수도관 파열로 도로가 얼어붙었다. 영도구 청학동의 한 아파트는 외벽 타일이 추위와 강풍에 의해 떨어졌다.

또 연일 이어지는 한파에 시민들은 야외 활동을 줄이는 대신 영화관, 찜질방 등 실내 공간에 모여들었다. 주말이면 나들이객으로 붐비던 부산시민공원과 초읍동 어린이공원은 인적이 사라진 '유령 공원'이 됐다. 수영구의 명물인 팔도야시장은 24일 이례적으로 하루 휴업을 결정했다.

또 설 대목을 앞두고 손님들이 북적여야할 자갈치시장도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바깥 거리에는 손님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시장 건물 내부 손님도 평소 주말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 반면 신세계 센텀시티에 위치한 찜질방인 스파랜드나 영화관의 경우 23~24일 이용 고객이 한 달 전 주말에 비해 40% 이상 늘어났다. 2천450대의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이 백화점의 지하 주차장은 24일 정오가 넘어갈 무렵부터 만차가 돼 이용이 불가능했다.

■낮 최고기온도 역대 최저

24일 부산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2도를 기록했다. 여기에 바람이 초속 4.1m로 강하게 불면서 체감기온은 영하 15.3도까지 떨어졌다. 부산의 1월 하순 최저기온을 보면 영하 12도(1933년 1월 27일)에서 영하 10.7도(1963년 1월 24일)가 역대 1~5위를 차지했다. 이날 최저기온인 영하 10.2도는 역대 5위 수준에는 약간 못 미쳤지만, 올 겨울 들어서는 가장 낮은 기온으로 기록됐다. 지난 해 부산의 최저기온이 영하 7.8도(2015년 2월 9일)였던 것과 비교하면, 2도 이상 더 낮아진 기온이다.

경남 창원의 경우 이날 오전 최저기온이 영하 12.6도로 1월 하순 날씨로는 관측 사상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울산도 이날 최저기온이 영하 11.4도로 올 겨울 들어서 가장 추웠다.

특히 낮에도 한파가 이어지면서 온 종일 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르면서 일 최고기온 기록도 싹 바뀌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창원의 최고기온은 영하 6.5도로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다. 합천, 남해, 거제도 최고기온이 각각 영하 6.3도, 영하 6.1도, 영하 4.3도에 그쳐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울산의 이날 최고기온은 영하 4.9도로 역대 최저 5위 수준이었다.

■차가운 고기압에 북극 한파 겹쳐

이처럼 부·울·경 지역을 비롯한 전국이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이유는 차가운 고기압과 북극 한기가 동시에 한반도를 덮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파는 지난 13일 중국 북부 몽골지방에 있는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가 기압골 영향으로 한반도 부근에 머물면서 추위가 극심해졌다.

특히 이달 들어 북극 해빙 면적이 평년보다 매우 적어 북극 소용돌이가 약화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북극 부근에 위치하던 찬 공기가 우리나라 부근으로 빠르게 내려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도 크게 보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며 "북극 해빙이 평년보다 많이 녹으면서 북극 한기를 둘러싸고 막던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결국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년 겨울 한반도를 찾는 대륙 고기압과 달리 북극 한기는 제트기류 약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라는 분석이다.

이자영·김 형·안준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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