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난소암 표적치료 시대

한 모녀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유도 없이 배가 불러오고, 복부에 잦은 통증을 느끼지만 괜찮다는 어머니를 딸이 억지로 병원에 데려온 것이다. 각종 검사 끝에 어머니는 난소암 3기 말로 추정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은 골반은 물론 복부까지 퍼져 있었다.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마치고 나오니 딸은 펑펑 울고 있었다.
난소는 여성을 '어머니'로 만들어 주는 장기다. 자궁 양쪽에 위치해 생식세포인 난자를 생산한다. 그러나 난소의 중요성과 달리 난소암에 대한 인지는 낮고, 부인과 진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여성이라면 누구나 난소암의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진단이 힘들다.
난소암은 질환과 연결되는 특정한 증상 없이 보통 3~4개월 만에 난소에서 시작한 암이 골반 외부의 복강 등까지 퍼진다. 전체 난소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 같은 진행성 난소암 단계에서 발견돼, 5년 이상 생존할 확률도 3기 23~41%, 4기 11%로 다른 여성암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난소암의 진단이 '청천벽력'과 같다면 수술 후 이어지는 반복되는 항암치료는 '고행의 길'이다.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항암화학요법이 불가피하며, 이때부터 환자와 보호자는 난소암 치료의 힘겨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아울러 난소암은 재발 가능성이 높아 반복되는 항암치료로 인해 병의 치료보다도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 지속된다는 점이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환자와 보호자가 난소암보다 항암치료를 더 두려워해 치료를 지속할 의지를 잃기도 쉽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3년 이후 최초의 신혈관형성 차단 표적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환자와 의료진 입장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큰 축복이었다. 특히 난소암 최초의 표적치료제 '아바스틴'은 난소암 성장과 전이를 위해 필요한 신생혈관의 형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표적치료제로,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률을 상승시킬 뿐 아니라 일상생활과의 병행이 가능한 항암치료를 가능케 할 수도 있다. 고행의 길에 물 한 모금 건네주고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동반자가 생긴 셈이다.
이미 난소암 완치를 위한 표적항암제의 위대한 도약은 시작됐고, 앞으로도 다양한 표적항암제들이 개발되고 보완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나라 모든 모녀들이 더 나은 부인암 치료환경에서 더 행복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며 확신한다.
서동수
부산대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