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운영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 말기암 환자 자택 케어 1회 5000원 '저렴'
최근 김영남(가명·58) 씨는 대장암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거처를 병원에서 집으로 옮겼다. 말기암이라 병원 치료에 별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음이라도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가정 호스피스를 받기로 한 것이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나누면서 병원 감염에 대한 우려까지 피하겠다는 것이 가정 호스피스를 택한 이유라고 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집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 병세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자원봉사자 함께 와도
진료비 1만 3000원만 내면 돼
지금은 전국 21개 병원 한정
부산은 부산성모병원 유일
내년 8월 본격 시행되면
만성 간경화 등 질환 범위 확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가정 호스피스 제도의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가정 호스피스는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가 장기간 항암 치료로 몸이 쇠약해진 환자의 집을 찾아가는 제도다. 삶의 마지막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싶어 하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도입되었다.
이날 김 씨의 집을 방문한 의료진은 "환자가 집에서 생활할 경우 각종 가재도구에서부터 벽에 걸린 액자나 사진까지 모든 것이 익숙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덮고 자는 이불까지 정감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병실에서 다른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는 스트레스를 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8월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만 20세 이상 전국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삶을 정리하는 장소로 원하는 곳'을 물은 결과 자택(57.2%)이 압도적인 1위로 나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2012년 암 환자 465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집'에서 지내기를 원하는 사람이 75.9%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가 아니라도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는 가정 호스피스와 비슷하게 환자의 집을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는 말기암 환자에게만 주어진다.
가정 호스피스를 이용할 사람은 말기암 진단을 받은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해당 의료 기관을 찾아가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심사 결과 가정 호스피스 대상자로 선정되면 진료진이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일정 등을 협의하게 된다.
가정 방문 횟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지만, 대체로 격주 1회부터 주 2회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
주 1회가 평균인 셈이다. 환자의 집을 방문한 의료진은 진료와 처방을 내리고 통증을 관리하는 등 입원 환자와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복지사는 환자의 특성에 따라 원예요법과 미술요법과 같은 정서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상담 서비스도 진행하고, 간병에 필요한 장비도 빌려준다.
의료진이 떠난 후 환자가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일 경우를 대비한 24시간 전화 상담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환자의 병세가 악화될 경우에는 즉시 입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가정 호스피스는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가 함께 가정을 방문할 경우 진료비는 1만 3000원 수준이다. 간호사가 단독으로 찾을 때는 5000원만 내면 된다. 한 달 평균 6만 원 정도면 충분히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가정 호스피스가 아직 시범 단계에 머물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기관이 전국 21개 병원으로 한정되어 있다. 부산에선 부산성모병원이 유일하다.
내년 8월에 본격 시행되면 해당 의료 기관을 대폭 확대하고, 서비스를 받는 질환의 범위도 만성 간경화와 만성폐쇄성 호흡기 질환자까지 넓혀갈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1577~8899(국가암정보센터)로 전화하면 상담받을 수 있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