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10기 밀집, 부울경이 위험하다] 하. 향후 대응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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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전기료' '원안위 이전' 등 지역 요구 관철시켜야

부산 기장군 장안읍 일대에 내걸린 신고리 5·6호기 반대 현수막. 건설 백지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차등 전기요금제나 원안위 부산 이전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강선배 기자 ksun@

"시민 힘 모아 고리 1호기 폐로를 이끌어냈더니, 신고리 5·6호기를 배로 얹어주면 어쩌자는 건가?"

원전 8기가 모여 있는 부산·울산 경계지역에 최근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가 나면서 세계 유례가 없는 원전 10기 밀집 단지가 탄생하게 생겼다. 반경 30㎞ 안에 부·울·경 주민 380만 명이 살고 있어 원전 밀집으로 인한 위험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부산지역 시민·환경단체는 "9명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중 7명 찬성 다수결로 380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결정해선 안 된다"며 졸속 심의로 허가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탈핵의원모임
"졸속 심의로 절차상 하자"
법적 대응도 불사 각오
9일 건설 승인 규탄대회

위험 비용 지역 분담 차원
전기료 차등 부과 관철 여론
市, 국회서 관련 토론회 준비

■"전기 남아도는데… 백지화해야"


시민·환경단체와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이하 탈핵의원모임)을 중심으로 한 야당 국회의원들은 신고리 5·6호기 허가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고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탈핵의원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부산 부산진갑) 의원은 "절차상 하자가 확인되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의원 109명이 서명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또 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소속 야당 추천 위원 2명과 간담회를 갖고, 신고리 5·6호기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댄다. 오는 21일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재호(부산 남구을) 의원을 비롯한 더민주 의원들이 고리원전 현장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허가 과정의 위법 사항을 찾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역시 행정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정수희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는 "대만 지룽에 있는 '제4핵발전소'는 98%가 건설됐는데도 공사를 중단한 선례가 있다"며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가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전기가 남아돌고 있어 올해 말 '8차 전력수급계획' 수정을 통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년 2.5%씩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는 전제 아래 수립한 '7차 전력수급계획'의 2022년 예상 설비예비율은 27.7%다. 그러나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수요 증가율은 1.2%에 불과해 그러잖아도 남아도는 전기의 공급 과잉이 향후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허가를 되돌리지 못한다면, 2021~2022년 완공 뒤 운영 허가라도 막겠다는 각오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오는 9일 오후 7시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 규탄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차등 전기료·원안위 이전 요구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와 별개로 '반값 전기료'나 원안위 부산 이전 같은 지역의 오랜 요구를 이번에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값 전기료' 같은 차등 전기요금제는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별화해 부과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체계는 '비수도권의 생산, 수도권의 소비'라는 구조로, 지역이 사회적 갈등과 위험 비용을 전담하는 불합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부산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논란 역시 기장 바다가 원전을 끼고 있지 않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 극심한 갈등으로 비화된 사례다. 신고리 3·4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 건설 갈등으로 홍역을 앓은 경남 밀양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땐 송전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시는 '원전지역 전기요금 차등화 근거 마련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부산시 원자력안전과 관계자는 "오는 9월 용역이 마무리되면 이를 근거로 충남·인천 등 다른 지자체와 합동으로 국회 토론회를 열고 정부에 전기사업법 개정을 정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배덕광(부산 해운대구을) 의원도 전기사업법 개정과 함께 원안위 부산 이전에 힘을 쏟고 있다. 배 의원은 차등 전기요금제가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특정 지역만 혜택을 본다는 프레임을 벗을 수 있어 '반값 전기료' 법안보다 현실성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배 의원은 "원안위 이전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정부가 전혀 의지가 없어 부·울·경 의원 공동 어젠다로 풀어내려 한다"며 "조만간 원전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원안위를 원전 밀집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끝- 이자영·김종우·황석하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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