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목소리 '균형발전'] 의석 늘어난 수도권 '규제완화' 밀고 '균형발전'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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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출범 이후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의 규제 완화 및 균형 발전 입법 대결이 첨예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수도권 규제, 쟁점과 정책과제' 세미나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사이에 국가 균형 발전을 둘러싼 입법 대결이 첨예화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인구가 많은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 수가 크게 늘어난 20대 국회에서는 서울·인천·경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 입법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20대 국회 48% 수도권 몫
정비계획법 수정·폐지 발의
입법 무력화에 팔 걷어

지방 "즉각 철회" 성명서만
광역단체장 무기력한 대응
균형발전 법안 논의 하세월

■수도권 규제 완화 밀어붙이기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수도권 지자체, 중앙부처 관료, 대기업 등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해 막대한 사회·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대기업은 전국경제인연합회라는 강력한 조직과 막강한 재원을 바탕으로 이런 논리에 불을 댕기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수도권 규제, 쟁점과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도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수도권 규제완화론의 대표적인 인물로 활동하고 있다.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주최한 '특별행정기관 지방 이양 정책토론회'. 박석호 기자·국회의장실 제공
이런 곳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논리들은 국회를 통한 입법 추진으로 이어진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지 불과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수도권 규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손질하자는 법률이 무려 5건이나 제출됐다. 지방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아예 '폐지법안'을 발의한 경우도 있었다. 19대 국회 때도 수도권 의원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10여 차례 제출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관련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의 법안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수도권 지역구 의원 숫자가 전체의 48%에 달하면서 수도권 규제의 빗장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힘에 부치는 지방의 대응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처하는 지방의 움직임은 다소 힘에 부친다. 수도권 규제완화론자들이 적극적인 논리와 물량 공세로 규제를 풀자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다 경기 침체라는 현재의 상황을 '규제 탓'으로 호도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의 협의체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도 서울·인천·경기가 입김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입법을 통한 효율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 방어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지난 6월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법안이 제출됐을 때도 전국 14개 비수도권 광역단체장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회는 "헌법적 가치와 국가 의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폐지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일부 비수도권 의원이 20대 국회 출범 후 의미 있는 균형 발전 법안을 제출해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지난 7월 국비예산 편성 때 '국가균형인지' 예산을 신설해 권역별 예산 편중을 막자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및 국가회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민주 변재일 의원은 지난 6월 공장 총량규제 및 대규모 개발사업의 규제 등에 대해 지역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국가 자원의 편중을 막고, 무분별한 수도권 개발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아직 해당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자신하기는 이르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국가가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추진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 헌법 제123조 2항의 의무규정"이라며 "지방 출신 국회의원들은 수도권 규제정책이 가지는 헌법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의정 활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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