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상 1년째 헛바퀴… 어민 피해 '눈덩이'
한일어업협상 결렬이 사상 유례없이 장기화하면서 어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 상대인 일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할 뿐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아 어민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일고 있다.
6일 부산 연승업계에 따르면 어민 대부분은 지난 1월 말 배를 묶은 후(본보 1월 27일 자 1면 보도) 그 상태로 2개월여를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만히 앉아서 배 한 척당 매달 경비 수천만 원씩이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선원 인건비 등 실제 나가는 경비만 따졌을 때 그렇고 지난해 고기를 잡았을 때 매출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배 한 척당 4~5억씩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월말 이후 조업 중단
배 한 척당 4억~5억 씩 적자
내주 세종서 대책 촉구 집회
생선 가격 폭등 소비자도 한숨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미 어선 3~4척은 헐값에 팔렸고 다른 선주들도 배 팔 곳을 알아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도, 선원도 놀릴 수만은 없어 국내 해역 조업에 나서보기도 했지만, 잡는 고기는 수백만 원 수준인데, 비용은 수천만 원이 들어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고 울먹였다.
특히 한일어업협상을 시작한 이래 가장 늦게, 협상 타결이 1년 가까이 늦어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못해 어민들이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영어 자금 3000만 원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는데 도움이 안 된다며 반발하자 이를 5000만 원으로 올린 게 정부 대책의 수준"이라면서 "회사가 망할 지경인데, 대출을 더 늘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대출 돌려막기를 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제주연승과 부산연승, 대형선망과 채낚기, 동해구트롤, 서남구 등 일본 EEZ 해역에서 조업하는 주요 업종들은 다음 주께 세종에서 집회를 열 계획도 있다.
어민들은 정부가 어업에 대해 농업만큼의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근해연승어업협회 관계자는 "일본과 협상이 쉽지 않다는 건 이해되지만, 그 이후 정부 대책이 소홀한 것 같다"면서 "국제 협약으로 피해보는 업체를 위한 국제 감축이나 협상의 걸림돌이 되는 연승 허가증을 사들이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불금 등 농업 분야에 버금가는 예산을 마련해 피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EEZ(배타적 경제수역) 해역에 못 들어가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생선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소비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 직장인 김선욱(41) 씨는 "얼마 전 생선구이 전문점에서 갈치구이를 시켰는데 평소 먹던 갈치 토막의 절반도 되지 않아 혹시 서비스로 나온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3월 전기 기준 갈치 산지 가격은 3만 1671원으로, 3년 전 2만 593원보다 1.5배가량 올랐다. 갈치뿐 아니라 부산 연승이 잡는 장어, 대구, 가자미, 복어 등도 가격이 올랐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고 대선 이후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면서 "어민 피해 지원과 관련해서는 대체 어장 마련이나 출어 경비 지원 등을 고민하고 있지만, 예산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