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죽 쒀서 남 주기는 이제 그만
/염정욱 변호사

2002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부산이 선정되자 부산시는 아시안게임 종목 중 하나인 승마 종목을 진행하기 위한 승마장을 건립하고 아시안게임 이후 경마장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경마를 시행할 경우 마권세만 연간 1000억 원대에 이르는 지방세수 증대가 예상됐다. 승마장 건설 부지로 둔치도 등을 후보지로 선정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경남도가 경마장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국 부산과 경남의 경계에 경마장이 건설돼 마권세 수입은 양 지자체에서 절반씩 나누게 됐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급증으로 인해 부산 북항의 항만 시설이 포화 상태가 됐다. 북항은 내해에 있어 항로의 수심이 낮아 대형 선박의 기항이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도심지에 위치하고 있어 항만 배후부지가 협소하고 확장에도 한계가 있어 세계 주요 항만과의 경쟁력이 상실되어 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5년께 부산신항만 건설 사업이 추진됐다. 가덕도 북쪽과 서쪽 해역에 신항만을 건립하게 되었는데, 신항만 건설을 위해 매립한 매립지의 토지 관할이 문제가 됐다. 북측 컨테이너 부두 및 배후부지는 경남 진해시 용원 앞바다를 매립한 매립지였는데,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를 거쳐 해상 경계선을 따라 경남도와 부산시로 나뉘게 되었다. 경남도는 부산진해신항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명칭까지 문제 삼았고, 결국 부산신항의 공식 명칭은 이도저도 아닌 그냥 '신항'이 되었다.
경마장과 부산신항, 신공항
미래 준비 위한 부산의 노력
타 지역에 실속 뺏기는 일 반복
해사법원 설치 최적지는 부산
결실 앞두고 수도권 끼어들어
나눠먹기 안 되도록 힘 모아야
1990년대 말 김해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부산시는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춘 신공항을 건설해 김해국제공항을 이전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부산 가덕도 앞 해상에 신공항 건설을 추진했다. 그런데 김해국제공항 이전 사업이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대구·경북 지역에서 끼어들었다. 가덕도와 밀양을 후보지로 한 치열한 경쟁 끝에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부산시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은 된다고 안도했다. 그러나 K2 군 공항 이전과 함께 대구신공항을 건설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왔고, 대구신공항 건설 후보지 선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 시민은 김해공항 확장공사 비용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대구신공항 건설 계획을 보며 상실감을 느끼게 되었다.
부산의 발전과 세계화를 추진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부산시와 부산시민은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재주는 부산이 부리고 실속은 주변 지방자치단체에서 챙기는 일이 번번이 반복되고 있다. '죽 쒀서 남 주는' 상황이다.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려 하고 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2011년부터 학술연구를 통해 전문화된 해사법원 설치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조선·해양 강국이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해상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해사분쟁을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사법기관이 설치되면 우리나라도 영국이나 싱가포르처럼 해상법 관련 법률 서비스 중심지로 만들 수 있고, 이를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도 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해사법원이 설치된다면 해양수도 부산에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해사법원 설치 특별추진위원회 구성, 해양 관련 기관 방문, 학회 방문, 공동 세미나 및 간담회 개최 등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공감대를 확대해 왔다. 이제 그러한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과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해사법원 설치와 해사법원의 부산 설치를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양 사고를 담당하는 해양안전심판원과 해양 전담 중점 검찰청인 부산지방검찰청이 소재하고 있는 대한민국 해양수도 부산이 해사법원 설치의 최적지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인천과 서울이 끼어들었다. 현재 해상 사건 절반 이상의 재판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서울과 인천은 자신들이 해사법원 설치의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인천 지역 정유섭 의원은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개정 법률안과 거의 유사한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며 해사법원의 인천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또다시 나눠먹기가 되지 않을지 걱정도 되지만, 부산시와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잘 마무리 해주리라고 믿는다. 죽 쒀서 남 주는 일을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