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가문 온천천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주문하면서 섬진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의 팔공산에서 발원해 전북과 전남, 그리고 경남을 차례로 적시면서 남해로 흘러 들어가는 212.3㎞의 섬진강은 지금은 영호남의 경계를 이루지만 옛적에는 가야문화와 백제문화가 공존하던 곳이었다. 섬진강 주변 광양만·순천만, 남원 일대에는 아직도 가야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 가야사 연구 복원은 영호남의 벽을 허물 좋은 사업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섬진강은 생태계가 살아있는 강으로도 유명하다. 남한에서 네 번째로 큰 강이지만 4대강 사업에서 비켜나 있었던 까닭에 여전히 건강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섬진강이 건강한 데는 유역의 실개천이 살아 꿈틀거리는 공이 크다. 샘이 깊은 물처럼 가뭄에 마르지 않는 질긴 생명력이 섬진강에는 있다. 섬진강변을 살던 시인은 노래했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쌀밥 같은 토끼풀꽃,/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김용택, '섬진강 1')
부산의 대표 생태 하천으로는 온천천이 꼽힌다. 수영강의 제1지류인 14.13㎞의 온천천은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 사이에서 발원하여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를 차례로 적시며 수영강과 만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건천화와 하수 유입으로 오염에 시달리던 온천천은 2005년 11월 하루 3만~5만t의 낙동강 원수를 끌어들이는 통수로를 개통하면서 현재의 수질과 수량을 유지하게 되었다. 잉어와 숭어 떼가 유유히 오가고 계절 따라 유역에 다양한 꽃이 피고 지면서 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온천천이 오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악취가 풀풀 나고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는 데다 물고기들은 얕은 수심에 갇혀 길을 잃은 처지란다. 유역의 구청들이 바닥 준설을 포함한 재해복구사업에 나서면서 낙동강 물 유입을 막는 바람에 생태계를 더욱 훼손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온천천의 자생력을 생각할 때다. 가문 온천천이 마르지 않으려면 실핏줄 같은 장전천, 건너천, 명륜천, 미남천, 사직천, 거제천, 안락천 등이 먼저 살아나야겠기에 하는 말이다. 임성원 논설위원 fore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