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저널, 전설을 마주하다

  •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979년 바바라 클렘 작 '레오니트 브레즈네프와 에리히 호네커의 형제애적 키스'.

은발에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두 노신사가 서로 포옹하고 있다. 둘은 한술 더 떠 마치 연인 사이인 양 뜨거운 키스(Kiss)를 나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에리히 호네커 전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서기장. 1979년 작인 이 사진은 독일 통일 이전 소련과 옛 동독의 동맹 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은사진미술관(관장 이상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오는 8월 9일까지 열리는 '바바라 클렘, 빛과 어둠-독일 사진' 전은 독일의 대표적인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서 40년 이상 사진기자로 일하며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카메라에 담아온 작가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바바라 클렘 사진전
獨 대표적 여성 사진기자
굵직한 세계사 포착

완벽주의 작품 120여 점
오는 8월 9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전시


독일국제교류처(ifa)가 기획하고 주한독일문화원이 협력하는 이번 전시는 세계 순회 전시의 일환이며 클렘의 흑백사진 대표작 12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고은사진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2017년 첫 번째 해외교류전이며 부산 일정이 끝나면 경남도립미술관(경남 창원시 사림동)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1939년생인 클렘은 1959년 FAZ에서 사진기자로 일하기 시작한 이후 1992년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예술아카데미 회원에 추대되고, 2010년 푸르 르 메리트 훈장을 받는 등 '포토저널리즘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작가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스타일로 입지를 굳혀왔다. 특히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기록하면서도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9년 11월 10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전시에는 통독(統獨) 전후의 중요한 정치적 사건과 사회·문화적 이슈를 포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공식 회담이나 국제 조약, 시위와 대중집회, 이주민의 삶 등 독일 격변기의 민감한 사안과 긴장되는 순간들을 망라한다. 특히 1989년 역사적인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서 통일에 이르는 사진은 클렘의 작업에서 드라마틱한 정점을 보여준다.

이들 사진에서 브레즈네프와 호네커 외에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공산당 서기장, 통독의 주역으로 지난 16일 사망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등 한때 국제 정치를 주름잡던 인물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남다른 재미이다. 앤디 워홀과 알프레드 히치콕, 나딘 고디머 등 예술가들의 초상 사진도 보너스로 만날 수 있다. ▶'바바라 클렘, 빛과 어둠-독일 사진' 전=8월 9일까지(월요일은 휴관) 고은사진미술관. 051-746-0055.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