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병원 논문 쓴 박지욱 씨 "서면서 마주친 기념비에 자극 2년 넘게 자료 모아 논문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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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라고요? 이게 왜 궁금하죠?"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웨덴병원에 관해 논문을 쓴 의사 박지욱(사진·51) 씨가 3년여간 논문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부산 출신으로 제주도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박 씨가 스웨덴병원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자 외교부, 국방부, 국립의료원, 스웨덴 국립문서고 등은 한결같이 그가 왜 스웨덴병원에 관심을 갖는지 궁금해했다. 그동안 스웨덴병원이 한국전쟁사 연구에 있어 관심 밖이었다는 반증이었다.

부산 출신 제주서 병원 운영

대사관·스웨덴 등 수소문
스웨덴어도 틈틈이 공부
환자 명단·의료진 등 파악

2007년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에 약속이 있어 갔던 박 씨는 우연히 백화점 정문 앞에서 스웨덴 깃발 하나를 보게 된다. 박 씨는 "처음에 둥근 공 비슷한 조형물도 있고 해서 월드컵 관련 조각인줄 알았다"며 "의사 생활을 하고 있고 부산 사람이지만 스웨덴병원은 그날 처음 들어봤다"고 회상했다. 박 씨가 본 것은 한국전쟁 당시 스웨덴병원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비였다.

우연히 만난 스웨덴병원 기념비는 박 씨를 '논문 쓰는 의사'로 만들었다. 박 씨는 "대사관부터 스웨덴, 국내 단체까지 곳곳을 수소문해 스웨덴병원과 관련된 자료를 2년 넘게 모았다"며 "스웨덴어를 몰라 틈틈이 공부도 하고 현지에서 영어로 번역을 해 자료를 이메일로 전달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씨가 여러 곳에서 자료를 모으자 베일에 감쳐줘 있던 한국전쟁 당시의 스웨덴병원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박 씨는 "당시 환자 명단, 파견 의료진 현황을 보면 병원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며 "스웨덴병원에는 당시 부산의 열악한 환경, 생활상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2009년 박 씨는 대한의사학회에 '한국전쟁과 부산 스웨덴 적십자 야전병원의 의료구호활동'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냈다. 논문에는 스웨덴병원의 당시 의료 인력 파견 현황, 부산 상황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박 씨의 논문에 따르면 스웨덴병원은 당시 야전병원을 넘어 전쟁 이후에도 부산의 핵심 의료시설이었다. 박 씨는 "스웨덴병원은 부산 전역에서 결핵 예방사업도 하고 민간인도 많이 치료했다"며 "의료 체계가 붕괴된 부산에 실낱같은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제는 자신 같은 민간의 관심이 아닌 부산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신 같은 일반인이 나서서 사료를 모으고 한국전쟁을 연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박 씨는 "논문을 쓴 지 8년 넘게 지나 부산시가 스웨덴병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부산은 전쟁 당시 그냥 피란지가 아니라 수도였던 만큼 전쟁 당시 부산에서 벌어졌던 용광로 같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나서 발굴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제주시=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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