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이주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중국인 이주노동자 A 씨 등 3명은 몇 달간 조선족 '오야지(현장책임자)' 밑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했다. 임금이 제때 나오지 않아 항의하자 오야지는 "공사가 끝난 뒤 원청업체로부터 돈을 받으면 주겠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완공을 며칠 앞두고 오야지는 잠적했고, A 씨 등은 모두 1300만 원가량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전국의 건설현장을 뒤져 오야지를 찾아냈지만 "불법 체류자임을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임금 착취와 불공정 계약에 신음하고 있다. 고용주나 알선책 등이 불법 체류 문제를 내세워 협박하면 이주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27만 중 21만 명 관광비자
불법 체류 협박 '속수무책'
임금 체불 제대로 항의 못 해
건설노동자 인권 개선 토론
적정임금제 도입 필요 지적
15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수는 27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취업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는 6만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21만여 명은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해 취업자격이 없는 이들이다.
불법 체류라는 걸림돌 탓에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일은 부지기수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건설업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상담 내용 455건을 살펴보면 임금체불이 69%(316건)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다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인권위가 2015년 5~11월 건설업 이주노동자 33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산재보험 처리를 받지 못한 경우가 67.9%에 달했다. 이주노동자의 17.1%는 건설현장에서 다쳐도 산재보험으로 치료와 보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내국인 노동자와의 갈등도 격화되는 추세다. 건설공법이 나날이 단순화되면서 50~60대 내국인 숙련공보다는 체력이 좋은 20~30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갈등은 내·외국인 노동자 간의 폭행 문제 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건설업 이주노동자의 인권현안을 짚어 보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지난 14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정상규 변호사는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의 차별을 없앰으로써 고용주가 값싼 인건비의 유혹에 매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에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임금을 제공하는 '적정임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