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 '신의 한 수'는 지진 경험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홍수 교육문화비서관의 '경주 지진 경험'이 수능 연기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수능 연기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지난 15일 '포항 지진' 당일 정부의 수능 1주일 연기 결정을 두고 청와대 내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가른 신의 한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 날 16차례의 여진 속에 수능을 강행했다면 엄청난 대혼란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근본적인 회의에 직면할뻔 했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당일 수능 '강행'에서 '연기'로 뒤바뀌는 3시간의 대반전이 일어난 배경에는 청와대 내 부산·경남(PK) 출신 '지진 경험자' 두 사람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 지진 때 양산서 경험
문재인 대통령, 현장 우선 지시
김홍수 비서관, 강행에 반발
포항 목소리 전달 아이디어
그 중 한 명은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당시 경남 양산의 자택에서 지진 공포를 고스란히 체험했다. 15일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관련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공항 도착 직후인 오후 4시 반에 수석·보좌관 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는 수능 강행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문 대통령이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큰 일 난다"는 참모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지진을 경험해본 사람이 있느냐"고 되물었고, 입을 다문 참모들에게 "나는 지진을 겪어봤다"면서 철저하게 현장 위주로 판단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지진 경험자로서 지진 피해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때문에 회의에서는 일단 강행으로 결론이 났지만, 곧이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포항으로 급파됐고, 김 장관의 현장 판단은 주효했다.
부산대 교수 출신인 김홍수 교육문화비서관도 경주 지진 때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규모 5점대 지진의 위력을 실감했다. 포항 지진 당일 출장차 부산에 와있었던 김 비서관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의 수능 강행 결정을 전해 들은 뒤 미심쩍은 마음에 교육부와 경북도교육청, 포항 현장과 계속적으로 통화하며 상황을 챙겼다. 특히 포항 지역 교육청 관계자들은 김 비서관에게 울며서 '수능을 연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한 김 비서관은 현장 상황을 알렸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이미 내린 결정을 바꾸긴 어렵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비서관은 포항 지역 수능을 치르는 14개 학교장들이 '수능 연기 건의'를 올리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런 절차적 과정을 거치면서 교육부의 판단도 연기 쪽으로 바뀌었다.
수석·보좌관회의가 끝난 지 1시간 30분 뒤인 오후 7시 20분께 이런 과정을 보고 받은 문 대통령은 곧바로 연기 결정을 내렸고, 국민들은 저녁 TV 뉴스를 통해 연기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전창훈 기자 j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