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성지서 또 목간… 거칠산군 규명 열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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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산성지 2호 집수지에서 출토된 목간의 앞면(왼쪽)과 앞면을 적외선으로 촬영한 사진. 적외선 사진에서는 촌(村), 두(斗) 등의 글자가 비교적 뚜렷하게 확인된다. 부산일보DB

거칠산군 등 부산 고대사 복원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는 목간(木簡, 문자를 기록한 나뭇조각)이 6~7세기대 신라시대 산성인 배산성지(부산 연제구 연산동 일대)에서 발견됐다.

최근 배산성지 1차 문화재 발굴조사를 마친 부산박물관(관장 이원복)은 배산성지 2호 집수지(集水址) 바닥에서 잔존 길이 29㎝, 너비 6㎝ 크기의 목간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목간의 앞면에는 세로 세 줄로 30여 자 정도 되는 상당히 많은 글자가 남아 있으며, 중앙과 오른쪽 상단 부위에서 묵서(墨書)가 비교적 뚜렷하게 확인된다. 이는 지난 11월 배산성지 1호 집수지에서 출토됐던 부산 최초 목간 파편이 잔존 길이 6㎝, 너비 3㎝로 크기가 작은 데다 글자도 1~2자 정도여서 내용 파악이 어려웠던 것과 비교된다.

길이 29㎝, 너비 6㎝ 크기
2호 집수지 바닥서 출토

村·斗·上 등 선명히 식별
물품 상납 기록물로 보여
6~7세기 사회상 파악 계기

■촌락, 날짜 등…거칠산군 규명 열쇠


부산박물관이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협조를 얻어 적외선 사진을 촬영한 결과, 현재까지 식별된 묵서 내용은 '촌(村), 년 월 일(年 月 日), 두(斗), 상(上), 법(法)' 등 촌락, 날짜, 단위와 관련된 글자들이다. 이들 목간 내용은 함안 성산산성 집수지 출토 목간 자료와 비교해 볼 때, 촌락에서 관청으로 물품을 정기적으로 상납한 기록물로 판단되고 있다. 주변에서 목간 파편 10여 점이 함께 수습돼 향후 정밀한 묵서 판독 작업이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고대사 연구의 1차 사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학계는 이번 목간이 당시 신라의 행정구역이었던 거칠산군의 실체 규명과 사회경제상 연구 등 부산 고대사 복원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학술자문위원단이 배산성지 2호 집수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부산박물관 제공
■지역 고대사 해명 실마리 될 듯

목간에 적힌 글자들은 동래군의 전신인 신라 거칠산군 촌락들의 실체와 세력 범위, 경제 생활, 물자 유통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단서들이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신라 경덕왕 16년(757년) 12월에 거칠산군을 동래군으로 개명했다고 기록돼 있고, 배산성지에서 출토된 유물은 7세기대의 것이 중심이기 때문에 배산성은 동래군이 설치되기 이전 거칠산군의 행정기관인 치소성(治所城)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발굴팀은 판단하고 있다.

부산박물관 나동욱 문화재조사팀장은 "이번에 나온 목간을 통해 부산 지역 고대사 해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확한 글자가 판독되면 거칠산군 내 촌락들의 실태와 규모, 곡식을 진상하거나 유통시킨 경로 등 당시의 정치와 사회경제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박물관은 연제구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부터 배산성지 일대와 집수지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여 그동안 가야 토성으로 알려진 배산성이 신라식 축성기법을 도입한 석축산성이란 것을 확인했다. 또 국내 최대급의 신라 원형 집수지 2기를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도 출토 사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유물인 대나무 발과 돗자리가 온전한 형태로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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