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군 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 키스 남녀, 8000만 개의 박테리아 교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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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군 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롭 드살레·수전 L 퍼킨스

과학자들은 10초 동안 프렌치 키스를 하면 평균 8000만 개체가 넘는 박테리아가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간은 미생물과 함께 산다. 어쩌면 미생물이 우리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드랑이, 엉덩이, 발꿈치, 발가락 사이, 손바닥, 사타구니, 배꼽 등등. 이 모두가 미생물 서식지이다.

잘 보이지 않아 미생물이 없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눈이 현미경이라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베개에 묻어 있는 박테리아를 마주할 것이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변기 커버 위에 앉기 전에 또 다른 박테리아 무리를 보게 될 터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는 여드름 부위에 가득 찬 미생물들을 목격할 수도 있다. 길거리, 사무실 등등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눈엔 여간해서 이런 미생물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무균 처리를 하고 살지 않는 이상
인간과 함께하는 미생물의 세계
생명·면역·진화에 대한 통찰


<미생물군 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는 인간의 몸과 그 주변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미생물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내 몸이 미생물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또 그 관계가 내 몸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말이다. 저자는 지구에서 생명이 조직되는 방식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오늘날 미생물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다방면으로 추적해나간다. 자! 미생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간은 온갖 미생물의 침입을 쉴 새 없이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음식을 통해, 혹은 숨 쉴 때 호흡기로.

저자는 미생물이 들어온다고 해서 무조건 인체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고 얘기한다. 일반적으로 질병은 우리 몸의 자연 생태에 균형이 깨질 때 생긴다. 단지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덮어놓고 감염과 직결시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병원성 미생물이 활동하는 때는 곧 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와 인간과 함께 사는 미생물이 공진화해온 생태 환경에 어떤 어긋남이 발생했을 때다. 예컨대 치주염은 잇몸에 서식하는 구강 미생물군유전체의 구성에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질환일 수 있다. 보통 잇몸에 서식하는 미생물군유전체는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데, 잇몸에 치주염 병원체가 들어오면 사람의 면역계에 혼선이 생기고 잇몸 생태계가 교란되어 치주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인간과 미생물이 맺는 관계는 놀라울 정도로 끈끈하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우리 몸은 건조한 방에서는 서늘한 미생물 서식지가 되는가 하면 땀을 흘리고 나서는 축축한 곳에 사는 박테리아를 위한 환경으로 변해버린다. 다양한 유기체가 서식하는 터전으로서 능숙하게 변신하곤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미생물과 쉴 새 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무균 처리를 하고 살지 않는 이상, 인간은 모든 일상을 미생물과 함께한다. 특히 집이나 직장, 지하철 등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에 대한 얘기는 흥미롭다. 베갯잇과 변기에서 미생물 구성 상태의 유사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 사무실에서는 의자와 전화기에서 가장 많은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는 사실, 지하철 표면에서는 사람의 배설물에서 주로 발견되는 장구균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는 내용 등은 놀랍다.

우리 몸이 얼마나 다양한 경로로 미생물을 접촉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설명한다. 몸을 부딪치는 격렬한 운동 경기를 하면 선수들은 미생물군유전체 분포 상태가 비슷해지고, 10초 동안 프렌치 키스를 하면 평균 8000만 개체가 넘는 박테리아가 이동한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가 미생물로 가득한 일상 속 공간에서 얼마나 자주, 어떤 미생물을 접하고 지내는지 알려주는 '미생물 세상 안내서'라고도 할 만하다. 최신 미생물학과 생화학 정보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미생물 관련 지식이 경쾌하게 전복되는 묘미를 느낀다. 더불어 생명, 면역, 건강, 진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까지 제공한다. 롭 드살레, 수전 L 퍼킨스 지음/김소정 옮김/갈매나무/344쪽/1만 7000원.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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