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 개헌 내 삶 바꾼다] <2부> 분권, 부산을 이렇게 바꾼다-3. 미세먼지, 원인 모르고 웬 대책?
부산 미세먼지 주범은 선박인데 정부는 '서울 해법' 강요
부산지역 미세먼지 주범은 선박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노후 경유차 관련 대책 이외에 부산에 맞는 대책 수립은 외면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부산 동구 중앙로 일대가 뿌옇게 흐려진 모습. 부산일보DB부산항으로 입항하는 초대형 크루즈는 언제나 '바다위 특급호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관광, 쇼핑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비유다. 하지만 초대형 선박이 몰고다니는 유독성 물질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 결과 대형 크루즈선 한 척이 내뿜는 황산화물 배출량은 경유차 350만 대와 맞먹는다. 금한령이 내리기 전인 2016년 부산항에는 209척의 크루즈가 입항했다.
전국이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비슷하나 문제의 원인은 제각각이다. 중국과 가까운 내륙도시 서울과 해양도시 부산의 미세먼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질병의 원인이 다른데 처방전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은 '서울 맞춤형' 처방전만의 강요가 있을 뿐이다.
유독성 황산화물 배출량
대형 크루즈선 한 척이
경유차 350만 대와 같아
'세계 10대 오염 항만' 오명
정부 1600억 투입 대책
경유차·건설기계 맞춰져
원인 다른데 처방 같은 셈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도
실질적 분권 없인 미봉책
■부산 미세먼지 주범은 항만
정부는 이달 초 노후 경유차 및 건설기계 저공해 조치에 1600억 원을 투입하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힌 민간차량 2부제 방안도 중앙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병수 부산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보니 왜 지역분권이 절실한지 새삼 느끼게 됐다"고 작심 비판했다. 서 시장은 "선박의 연료로 사용되는 벙커 C유가 부산 미세먼지의 주범인데, 가격이 싼 대신 연소되면서 아주 고약한 연기를 내뿜는다"며 "이를 관리해야 할 해양수산부는 사태의 심각성은 모른 채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처럼 항만을 끼고 있는 도시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대기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실이 밝힌 '2014년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대기 미세먼지 가운데 선박 배출 비중은 전남 목포가 58.7%, 경기 시흥 49.4%, 부산 47.2%, 충남 서산 42.5%, 경남 거제 42.3% 등이었다. 반면 지난달 국립환경과학원이 밝힌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보면 중국 등 국외 기여율이 최대 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증상은 비슷하나 발생 원인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대형선박이 내뿜는 매연에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이 대거 함유돼 있다. 수백 척의 크루즈선은 물론 대형 선박이 끊이질 않는 항만도시 부산은 지난해 네이처지가 꼽은 '세계 10대 초미세먼지 오염항만'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시가 자체적으로 부산의 대기오염을 정밀 진단하기 위해 나섰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말 '대기질 진단평가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완료하고 올해부터 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보건환경연구원 유은철 대기질분석센터장은 "방대한 양의 기상 데이터가 축적돼야 부산의 대기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항과 신항에 설치해 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선박 등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집중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정부에 오염물질에 관한 연구와 대기 개선사업을 자체적으로 벌일 수 있는 '동남권 대기환경청' 신설을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