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망 선사 줄도산하나' 업계 비상

경영난에 허덕이다 지난 2일 최종 부도처리된 대형선망 A선사(본보 5일자 19면 보도)는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조만간 어선 6척 등 A선사가 보유한 자산에 대한 경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A선사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선사들도 좌불안석이다. 한일어엽협정 타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다음달부터 휴어기에 접어들면 추가 부도 선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일어협 지연, 어획량 급감
설상가상 내달 휴어기 시작
소형 선사 '자구책' 부심
"지역 경제에 타격" 우려 속
자연 구조조정·감척 의견도
■'4월 위기설' 현실화 되나
이번 A선사 부도와 관련 대형선망 업계 내부에서도 선사 규모에 따라 온도차가 감지된다. 특히 1개 선단(배 6척) 규모로 조업하는 소형 선사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선단을 복수로 보유한 대형 선사나 냉동창고·원양어업 등 다른 수산업을 겸영하는 선사는 비교적 여유가 있다. 반면 근해에서 선망 어업에만 목을 매는 소형 선사들은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소형 선사 2곳에 대한 추가 부도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부동산 등 자산을 처분하려는 일부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 대형선망 선사 관계자는 "소형 선사 입장에서 1년에 20억~30억 원씩 적자를 보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면서 "정부 지원 대책은 부실하고, 대형선망수협도 대규모 선사 위주로 운영돼 어려운 조합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는 소극적"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휴어기가 본격 시작되는 다음달부터다. 선사들은 올해부터 휴어기가 2개월로 연장되면서 늘어난 기간만큼 선원 임금을 그대로 보존해줘야 하지만, 조업을 중단하면 어획고를 올릴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선용품이나 그물 등 납품업체의 어음 청구가 쇄도하면 줄도산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선사들이 이미 휴어기에는 어음 만기가 돌아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놓은 상태"라면서도 "이번 부도 때문에 채권단 사이에서 공포심리가 작동해 건실한 선사에까지 자금 회수를 압박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연 감척 vs 사회적 여파 막대
수산업계 일각에서는 A선사의 부도가 대형선망 업계의 자연 구조조정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일어업협정 지연에다 고등어 자원은 갈수록 고갈되는 상황에서 대형선망 업계는 지난해 연말부터 새끼 고등어를 대량으로 잡아 비판을 받았다. 대형선망 업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에 감척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해수부 지원만 있다면 당시 24개 선단을 20개로 줄일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으나, 해수부는 감척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해수부가 감척을 지원하면 국민 혈세가 투입되지만 영세 선사가 자연 도태되면서 감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이렇게 되면 어획 강도도 낮아져 자원관리에도 긍정적이라는 것. 부산의 한 수산물 유통인은 "2012년 전후 호황일 때 부자가 된 대형선망 선사들이 많은데, 그 때 번 돈은 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려운 시기를 대비하지 않다가 막판에 와서 정부에 손을 내미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업계 전반으로 줄도산이 진행된다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대형선망 선사들이 대거 쓰러진다면 우리나라 근해 어업의 중심축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며 "선원 일자리 상실은 물론 고등어 어획에 기대는 부산의 전후방 산업까지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