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술을 들이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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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대학생 시절 시장 구석빼기에서 공짜 시락국에 막걸리 한 잔 들이키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신문에서 본 글인데, 저런 시절을 그리워할 것까진 없겠다. 막걸리도 한잔 못 마시던 시절이 뭐 그리 좋았다고…. 아니, 막걸리를 '들이키던'이라 하지 않았느냐고? 그러니까, '들이키던'이라고 했으니까, 술을 제대로 못 마셨다는 얘기다. 이게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다는 사람은, 사실은, '들이키다'라는 우리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고백을 하는 중이시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들이키다: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발을 들이켜라.) 「반」내키다.

이제 이해가 되실 터. '들이키다'는 '마시다'가 아니라 안으로 당긴다는 말인 것. '비 안 맞게 신발 좀 들이킬래?'처럼 쓴다. 막걸리를 마신다는 뜻이라면 이 말을 써야 한다.

*들이켜다: ①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그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잘도 못하는 술을 벌컥벌컥 몇 잔 거푸 들이켜고 나서 나는 볼품없이 남들보다 앞질러 취해 버렸다.<윤흥길, 제식 훈련 변천 약사>/질척한 부엌 바닥이 마땅치 않아 애꿎은 냉수만 한 쪽박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부엌을 나왔다.<박완서, 미망> ②공기나 숨 따위를 몹시 세차게 들이마시다.(가끔 도시가 답답하면 시골로 가 가슴을 열고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기도 한다….)

표준사전 뜻풀이에서 보듯이 '들이켜다'라야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신다는 얘기가 되는 것. 저렇게,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리는 말로는 '비껴가다/비켜 가다'도 빼놓을 수 없다.

'태풍이 살짝 비켜 간 부산의 하늘은 맑게 갰지만, 습도가 높아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문장에서 '비켜 가다'는 제대로 쓰인 걸까. '비키다'는 '무엇을 피하여 방향을 조금 바꾸다'라는 뜻. 해서, 주체가 어떤 의도·의지를 가지는 경우에만 쓸 수 있다. 한데 태풍은 어떤 의도를 가진 주체가 아니니 저렇게 쓸 수 없는 것. 다시 표준사전을 보자.

*비껴가다: ①비스듬히 스쳐 지나다.(감방의 천지에 매달린 듯한 봉창에 하루의 마지막 햇살이 비껴가는 것이 보였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각도는 좋았으나 공은 골대를 살짝 비껴갔다.) ②어떤 감정, 표정, 모습 따위가 얼굴에 잠깐 스쳐 지나가다….

이러니 태풍은 '살짝 비껴갔다'라야 했던 것.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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