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 전 재산 쓰레기서 찾아준 고마운 순경들
"전 재산 500만 원을 쓰레기로 착각해서 버렸어요. 그 돈 못 찾으면 저는 죽습니다."
초복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17일 오후 7시 40분께, 주민 김 모(59·여) 씨가 울먹이며 부산 부산진경찰서 당감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임용 6개월 차인 정민기 순경은 동료인 백혜진 순경과 함께 김 씨를 안정시킨 후 차근차근 사정을 물었다. "기초생활 수급비를 아껴 5년간 모은 전 재산인 500만 원을 쓰레기인 줄 알고, 실수로 버렸는데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거동이 불편한 김 씨에겐 마땅한 일자리도 없이 한 푼 두 푼 모아 만든 소중한 돈이었다.
김 씨는 쓰레기봉투를 살 돈이 없어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들고 골목을 돌아다니며 여유가 있어 보이는 쓰레기봉투에 자신의 쓰레기를 조금씩 넣곤 했다. 하필 이날, 공교롭게도 가방 안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뒀던 500만 원을 쓰레기로 착각하고 버렸다는 것이었다. 어디 버렸는지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체되었다간 쓰레기 수거 차량이 와서 돈을 영영 찾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한 두 경관은 서둘러 김 씨의 손을 붙잡고 밖을 나섰다.
정 순경과 백 순경은 김 씨의 집 근처 쓰레기더미부터 맨손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열대야로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 근무복이 금세 땀으로 젖었다. 급히 출동하느라 마스크도 챙기지 못해 코를 찌르는 악취가 코와 입으로 쉴 새 없이 들어왔지만, 둘은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 더미를 파헤쳤다.
10여 곳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봉투 20개가량을 뜯고 뒤진 끝에, 다행히 당감시장 부근 골목길 교회 앞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신문지와 여러 겹의 비닐봉지로 돌돌 싸맨 5만 원권 돈뭉치를 발견했다. 정 순경은 "김 씨가 연신 감사 인사를 하시면서 '목숨을 살렸다'고 하셔서 보람을 느꼈다"며 빙긋 웃었다.
민소영 기자 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