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이메일] 도시의 일상 풍경 바꾼 폭염
/김선주 자유기고가

찌는 독일의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여름이 힘들면 베를린으로 피서 오라고 지인들에게 말할 정도로 매년 이곳의 여름은 쾌적한 편이었다. 한여름에도 일주일에 2~3일 정도 섭씨 30도를 턱걸이하다가 곧 30도 이하의 온도가 5~6일 유지되는 식의 주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지구촌을 덮은 올해의 더위는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5월 중순께 일찍 찾아온 여름 날씨는 7월 중순을 지나며 최고 기온 30도를 훌쩍 넘는 날이 무려 3주 가까이 지속되는 폭염으로 변했다. 어떤 날은 거의 40도를 육박하며, 당일 사하라사막보다 독일이 더 덥다고 일부 신문들은 보도하기도 했다.
고온에 으레 동반하던 뇌우조차 거의 없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산불주의보도 최고치로 발령된 곳이 많았다. 산불위험이 가장 높은 니더작센주에선 지난 7월 동안 일평균 6.5건의 화재신고가 접수됐다. 숲을 찾는 피서객들은 숲 언저리 50m 내에서도 그릴용 가스나 숯, 담배불을 점화할 때 자칫 잘못했다간 최고 2만 유로에 이르는 벌금을 내도록 조처됐다. 소방당국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운하와 호숫가에서 흡연하는 것도 금지했다.
폭염은 도시의 일상풍경도 바꾸어 놓았다. 구름 한 점 없이 이글거리는 날씨는 아스팔트뿐만 아니라 도시 내 공원도 들끓게 했다. 여름의 전형적인 도시 풍경인 공원 내 그릴의 연기도 7월 이후 거의 보기 힘들었다. 나무 밑 그늘보다 따가운 햇빛 아래 일광욕을 즐기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공원의 넓은 잔디들은 텅 비어 보였다. 도시를 따라 흐르는 운하의 잔디밭을 따라 그나마 사람들이 모였다. 호숫가들은 수영하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야외 풀장은 아침 일찍부터 줄서서 기다려야 낮 12시 이전에 입장이 가능한 날이 많았다. 대량의 물을 공원에 살포하는 이색적인 대형 경찰 차량들, 큰 광장 분수의 물줄기 속에서 첨벙대는 사람들과 개들.
지난 금요일 한차례 퍼부은 뇌우로 연이어지던 폭염의 허리가 꺾인 듯하나, 독일 기상청은 이달 동안 30도가 넘는 날이 더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독일의 한 기후연구소는 올해 예외적인 여름 폭염이 30년 안에 일상적 여름 날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껏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도 건재할 수 있었던 독일의 가정, 창문 열고 달리던 베를린 지하철 등의 독일 여름 일상이 바뀔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놓인 것 같다. 베를린=collinaks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