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부산銀 첫 여성 여신심사팀장 "기업과 은행 상생하는 길 계속 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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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들 얘기하지만 여신 실무만 20년을 맡으며 심사 노하우를 쌓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시종 미소를 지었지만 BNK부산은행 여신심사부 김수정(46·여) 심사팀장(부장급)의 분명한 말투에는 조심스러움도 묻어났다.

20년 여신 실무, 깔끔한 일처리
사내 동아리서 노하우 전수
후배들 앞길에 도움 됐으면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여전히 통용되는 곳이 은행권이다. 특히 여신 부문은 '남성 영역'으로 통한다. 부산은행이 지난달 김 팀장을 승진 발령하는 인사를 하자 은행권이 놀라움을 나타냈다. 부산은행 첫 여성 심사팀장이며, 국내 은행에서 사례를 거의 찾을 수 없다. 김 팀장은 부산은행 첫 여성 심사역이던 고현주 물금신도시지점장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심사역이라는 이력도 있다. 김 팀장은 "여신 심사를 담당하며 줄곧 건전한 금융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자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기업이 성장하도록 돕고 은행도 이익이 될 수 있는 길을 계속 찾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팀장도 처음부터 여신 부문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1990년 부산여상을 졸업하고 입행, 고민하던 김 팀장이 본격적으로 여신 업무에 뛰어든 것은 2000년 동상동 기업고객지점으로 가면서다. 하지만 그때부터 부산 유수의 기업을 상대하며 여신 업무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은행 심사부에 입성한 직후 고비가 찾아왔다. 업무가 과중했고 여성 심사역이라는 주변 관심도 버텨야 했다. 김 팀장은 "당시엔 여자가 심사부에 앉아 이래라저래라한다고 말들도 많았다"면서도 말을 아꼈다. 6개월쯤 지나 일이 힘에 부치자 심사부를 나갈 마음을 먹었지만 한 퇴직 임원의 조언이 힘이 됐다. "다 잘할 수 없으니 50%만 해도 성공이라고 여기라는 조언을 주셨어요. 포기하면 후배들이 여성 심사역 길 열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말씀도 그때 마음에 새겼어요."

"현장에서는 여성이라고 차별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여성 심사역은 처음이라며 도움을 주는 기업이 더 많았다. 김 팀장은 "안다고 여신을 더 해 주고 모른다고 외면하지 않았다. 대신 기업이 필요로 한 부분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고충은 최선을 다해 해결해 주려 했다"고 힘줘 말했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분명한 일 처리를 김 팀장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스스로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이라고 얘기한다.

줄곧 여신만 담당해 다른 부문은 약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하지만 입행 후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AFPK(재무설계사) 등 자격증도 여럿 따 놓았다. 여신 심사를 하지만 기업 임직원 자산관리나 향후 상환계획까지 꼼꼼히 챙긴다. 김 팀장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기업 임직원만 600명쯤 된다.

미혼인 김 팀장은 "'은행하고 결혼했다'는 말은 쓰지 말아 달라. 일을 즐겁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결혼 적령기에 일에 집중하다 때를 놓쳤다고 했다.

2016년 심사부에 두 번째 들어오고는 김 팀장은 여성 후배들 앞길을 열어주는 데에 적극적이다. 은행 내 학습동아리 '여신당당'에서 한 달에 한 차례 스터디를 하며 노하우를 알려주고 용기를 북돋우는 역할도 맡고 있다. 김 팀장은 "겁내지 말고 여신 업무는 물론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먼저 맡아 보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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