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2 재개발 현장 유적, 훼손 심해 '기록만 보존'
22일 오후 (재)서울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들이 부산 동래구 온천2구역 주택재개발사업 현장에서 진행한 정밀조사발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청동기 시대 고인돌과 조선 시대 집터로 추정되는 유적 다수가 발견된 이후에도 일정대로 이달 말 분양을 진행하기로 해 논란을 빚었던 부산 동래구 온천2구역 주택재개발사업 현장(본보 17일 자 9면 등 보도)에 대해 전문가들이 원형을 보존하지 않는 '기록 보존'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22일 오후 4시 3800여 세대 아파트가 건설될 예정인 온천2구역 현장에서 '정밀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가 열렸다. 발굴조사를 맡은 (재)서울문화유산연구원과 문화재청 전문위원, 지역 대학 교수진, 시·구 관계자들이 모여 약 1시간 30분가량 발굴조사지역 확대 여부와 매장문화재 보존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 정밀발굴 자문회의
청동기 토기 등 보존 상태 좋아
시공사 등 분양 연기 내부 조율
서울문화유산연구원은 온천2구역 5150㎡ 부지에서 청동기 시대 분묘 18기, 조선 시대 건물지 6기와 배수로 등 모두 27기의 유구(옛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를 발견했다고 이날 밝혔다. 출토 유물로는 무문토기(청동기 시대의 무늬 없는 토기) 4점과 마제석검, 조선 시대 백자편 3점이 나왔다. 이 중 토기 3점과 석검은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채로 발견됐다.
김한상 서울문화유산연구원장은 "주택지가 형성되면서, 지하층이 있는 고층 건물이 다수 들어섰던 탓에 원지형 훼손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조선 시대 건물지 역시 하단 일부만 남아 있어 명확한 형태나 성격 등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때문에 전문가 4명은 "중요한 청동기 시대 유적이 나왔으나, 훼손이 심해 보존가치가 낮다"며 기록 보존으로 결론을 지었다.
조사기관 측은 일주일가량 보완조사를 마친 후 정밀발굴조사 결과와 이날 회의내용을 문화재청에 보고할 예정이다. 발굴된 문화재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문화재청이 내린다.
한편 주관 시공사인 삼성물산 등은 다음 주 말로 예정했던 모델하우스 개관과 분양 일정을 미루는 안을 놓고 내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문화지킴이 등 시민사회단체도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역사적 흔적이 많은 동래에서 재개발이 이어지고 있어, 온천2구역 조사 결과와 대응이 향후 파장을 미칠 수 있다"며 면밀한 조사를 촉구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