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리 낙동강의 눈물] 2. 아랫물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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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수장 있는 김해지역, 금속 가공 '불법 공장' 수백 곳

'수용성 절삭유'를 사용해 자동차부품을 가공하고 있는 A업체 공장. 김경현 기자 view@

최상류에서 시작된 낙동강의 '신음'은 하류에 이르러 '절규'로 변한다. 윗물부터 1300리 마디마디 오염원이 스민 탓이 크지만, 아랫동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낙동강 맨 아래 부산지역 취수장(물금·매리)이 있는 김해(金海)는 요즘 '쇠(오염물질)바다'로 변할 기로에 놓였다.

배출시설 설치제한 지역서
'수용성 절삭유' 사용
공정서 납·비소 녹아 나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2016년 전까진 무법지대

업계 '사후 용인' 건의에
환경단체 "유일한 규제" 반발
환경부 "올 연말까지 결론"

■부산 머리맡 불법공장 수백 개

지난 12일 오후 김해시 한림면 A업체.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기계 100여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금속을 가공하고 있었다. 자동차부품 제조로 지난해 2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이 공장은 그러나 현행법상 불법 사업장이다. 물환경보전법상 '배출시설 설치제한지역'에선 사용할 수 없는 '수용성 절삭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수용성 절삭유는 금속 재료를 연마하는 과정에서 마찰열을 줄이기 위해 물과 섞어 사용하는 일종의 윤활유다. 원액에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이 없지만 공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구리, 납, 비소 같은 오염물질이 녹아든다. 결과적으로 특정수질유해물질이 함유된 오염물을 배출하기 때문에 불법이다.

수용성 절삭유 불법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2016년. 창원지검이 특별점검에 나서면서다. A업체를 비롯한 김해지역 15곳과 창원 6곳 등 불시점검을 벌인 사업장 21곳 모두 적발돼 폐쇄명령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뒤늦게 행정기관이 현황을 파악한 결과 경남에서만 817개 업체가 수용성 절삭유 공장을 불법 운영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김해시가 646곳으로, 함안군(94곳) 창원시(68곳) 창녕군(7곳) 등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더 큰 문제는 2016년 이전까진 이들 공장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용도로 공장 허가를 받은 뒤 수용성 절삭유를 사용하거나, 지정폐기물로 처리되는 지용성 절삭유(합법)를 쓰다 수용성으로 바꾸는 등 불법 유형도 다양하다. 수용성 절삭유의 경우 상당수 업체에서 전량 재이용하기 때문에 외부로 배출되는 폐절삭유 양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관리·감독이 전무했던 탓에 그동안 제대로 처리가 됐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해시 화포천 지류인 안하천을 따라 빼곡히 들어선 공장들.
■잘 관리할 테니 양성화해 달라?

업계는 최근 정밀가공을 위해 수용성 절삭유를 쓰는 추세와 현행법이 맞지 않다며 규제 완화를 건의하고 있다. 수용성 절삭유 유출 차단장치를 갖출 테니, 배출시설 설치제한 지역의 예외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다. 행정기관도 업계 측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경남도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해당 업체를 점검하면 대부분 폐쇄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고시를 완화해 이들 업체가 제도권 안에 들어오면 정기점검 등 엄격한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불거진 뒤 해결 방안을 놓고 행정기관, 업체, 환경단체 등이 지역별로 모여 3~5차례 간담회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 측은 불법 사업장의 '사후 용인'은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강호열 공동운영위원장은 "현재 낙동강 하류지역의 오염원 입지규제 장치는 '배출시설 설치제한지역'이 유일한데, 불법으로 공장을 지은 뒤 양성화해 달라는 건 무법지대로 변한 영풍석포제련소 사례와 마찬가지인 격"이라며 "그동안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공장 허가를 내준 해당 공무원에 대한 처벌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 마련이 늦어지면서 추가 불법 행위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올 7월에는 김해시 진례면에서 농기계수리점과 버섯재배사로 허가를 받은 한 업체가 공장을 불법 증축해 수용성 절삭유를 사용,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칙대로 폐쇄할지, 건의를 수용할지를 놓고 기재부·중소기업부와 논의를 진행 중인데, 올 연말까지 가능한 한 빨리 결론을 낼 계획"이라며 "고시를 완화하더라도 지자체마다 혜택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하반기에 추가 간담회를 열고 시민사회와 잘 논의해 합의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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