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이번엔 '공문 자율 운영 학교'
쏟아지는 공문으로 교사의 업무 부담이 심해지자 학교에 사실상 '공문 처리 거부권'을 주는 방안이 도입된다. '공문 없는 달'을 운영하고도 공문량이 늘어난 현상(본보 7월 17일 자 10면 보도)에 따른 대책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은 27일 교사의 업무를 줄이려고 학교가 공문을 선별 처리하는 '공문 자율 운영 학교'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감독관(교감 등 학교 관리자)이 학교로 접수되는 공문을 거른 뒤 필요한 부분만 담당 교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사상구 주감초등학교와 동래구 동신중학교에서 다음 달부터 5개월간 운영하고, 결과를 분석해 내년부터 확대할 계획이다.
교사 업무 부담 줄이려 시행
'공문 없는 달' 이후 되레 증가
새 방안 시범 운영 내년 확대
학교 현장에선 실효성 글쎄
시범 학교 운영은 공문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현상에 따른 것이다. 부산 지역 학교에 올 1월부터 8월까지 발송한 공문은 1만 6430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1만 5295건보다 늘었다. 올 7월만 2225건으로 지난해 2227건보다 2건 줄었을 뿐, 나머지 달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공문 없는 달'로 정한 3월도 마찬가지였다. 올 3월 1817건으로 지난해 1645건보다 늘었다. 이처럼 공문량이 줄지 않자 부산시교육청은 다른 방향의 대안을 내놓았다. 교사에게 전달되는 공문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교직원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매달 학교 특성에 맞는 공문 처리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불필요하다고 분류된 공문도 자체적으로 줄일 예정이다.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과 조현준 장학사는 "교사들이 시설 개관 안내나 지자체, 대학 등의 홍보 공문 등을 덜 받아보게 될 것"이라며 "중등교육과, 건강생활과처럼 부서 특성상 공문 발송이 많은 곳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 역시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거부할 수 없거나 처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중요 공문이 많아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교육부 추진과제, 교육청 지시 사업 등에 대한 공문을 줄이지 않으면 실질적인 업무가 줄어들기는 어렵다. 정부에서 내려온 공문 중에는 많으면 40~50쪽에 이르는 첨부 파일이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미 행사 알림, 자료 집계 등의 공문은 게시판에 일괄적으로 분류돼 교감 선생님이나 실무원들이 처리해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직접적인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공문은 교사들이 맡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개인정보보호, 정보보안, 학교정보화시설 등에 관련한 공문 등이 대표적이다. CCTV 수량과 위치, 전산 서버 기종 등을 교사들이 조사할 때도 있어서다. 이런 공문은 행정실이나 실무원을 중심으로 처리하고, 부족하다면 인력을 충원하는 게 본질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우영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