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100년급 해일·태풍 허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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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사회부

"100년 빈도 해일고 발생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가상일 뿐입니다." 본보 '난개발 그늘, 해안의 역습' 시리즈 취재 당시 들은 부산시청 한 공무원의 말이다. 서면, 센텀시티, 명지 등이 잠기는 국립해양조사원의 부산 침수 지도를 '비현실적'이라고 못 박았다. 이 공무원은 "가상 실태 보도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줄까 우려된다"면서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침수 지역 시민도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도 않는 태풍을 두고 괜한 설레발로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안전불감증에 취한 공무원의 말과 달리 '부산 침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10월 '늦깎이 태풍' 콩레이가 지난 주말 부산을 할퀴었다. 역시나 해운대구 마린시티, 기장군 임랑해수욕장 등 동부 해안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상가 유리창이 무더기로 파손되고, 해안도로에선 월파 충격에 철 구조물들이 나뒹굴었다. 부산의 한 대기환경 분야 교수는 "지구온난화를 등에 업은 가을 슈퍼 태풍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100년 빈도급 이상 해일·태풍이 당장 내일 몰아쳐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태풍 발생 횟수는 줄지만, 강도는 점차 세지고 있다. 필리핀에서 1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망쿳, 일본에서 수천 명을 공항에 고립시킨 태풍 제비와 짜미 모두 올해 발생했다. 철저한 방재로 이름을 떨치던 간사이공항 등 일본 열도의 피해도 막대했다. 태풍 강도로만 보면 100년 빈도급이 빈발하는 셈이다. 오락가락 태풍 경로에 부산에도 언제든지 이 같은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

해안을 낀 도시라면 '최악의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만조 때 슈퍼 태풍이 덮치면 '부산 침수'는 현실이 된다. 하지만 부산시는 방재 역할을 하던 백사장이 해안 난개발과 침식으로 훼손되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서둘러 대책을 세우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도 다급한 상황이다. 단순히 방파제를 보수하고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준으론 반복되는 피해를 감당할 수 없다. 유관 기관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명확한 실태 조사와 '해안 방재 그랜드 플랜'을 세워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너희에게 손님이 찾아올 것이다.' 영화 '손님'의 한 대사처럼 달갑지 않은 '가을 손님' 10월 태풍은 반드시 다시 올 것이다. 더 크고 강한 '역대급' 콩레이, 제비가 되어.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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