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그늘, 해안의 역습] ⑨ 부산, 남은 해안 지키자
"난개발에 무너진 해안선 '블루벨트'로 지켜내자"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부산 해안을 지키기 위해 해양, 육지 통합 관리와 '블루벨트' 지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0년 도시공원 지정이 해제돼 난개발이 우려되는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해안 일대. 김경현 기자 view@부산 해안선 380㎞의 절반 이상이 무분별한 개발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었다. 태풍·해일의 습격을 막아 줄 공공해안엔 카페, 호텔, 아파트가 들어서고, 해변 침식도 가속화하고 있다. 오염된 해양에선 '갯녹음'(바다사막화) 현상까지 목격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등으로 몸집을 키운 해양 재난, 가속화한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강력한 해안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난개발이 촉발한 '해양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남아 있는 자연해안과 공유수면을 보전할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태풍·해일 막아줄 해안
카페·호텔·아파트가 점령
절반 이상 원래 모습 잃어
환경영향 평가 강화 등
강력한 규제책 마련하고
개발 제한 벨트 도입해야
■연안 육·해역 통합시스템 구축
전문가들은 해안 난개발을 규제하기 위해 연안 육역과 해역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안 육역은 연안 해역과 육지가 맞닿은 경계선으로부터 500m(항만, 국가어항, 산업단지 경우엔 1000m) 이내의 육지 지역을 말한다. 사실상 꼼꼼한 평가나 감독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해양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개발 위험구역'이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역이용영향평가센터 이대인 박사는 "연안 육역과 해역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개발 행위 시 통합관리 측면에서 강화된 환경성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보전해야 할 곳은 보전하되, 개발사업에 대해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화로운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자가 연안 육역을 개발할 땐 규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재로선 해양환경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해양수산부장관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공유수면 점사용도 면적이 3000㎡ 이하 등일 경우엔 해양수산부의 일반 해역이용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해양 영향에 대한 별도 대책 없이 단순히 사업 시행만 통보하는 격인 '간이 해역이용 협의'만 거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일부 사업자는 이를 노리고 심의를 피하기 위해 매립 계획을 999㎡씩 나눠서 제출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더불어 사업 승인에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와 달리 해역이용 협의 제도는 개발 행위를 강제할 권한도 없다. 소규모 개발이라 하더라도 육지 개발 인·허가를 승인권을 가진 지자체나 국토교통부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막을 수 없는 구조다.
또 해역이용 협의 대상은 환경영향평가와 달리 '누적 평가'로 정해지지 않는다. 환경영향평가는 기존 해안 구조물과 사업 실시로 만들어지는 새 구조물의 길이를 합해 300m 이상일 경우 평가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해역이용 협의는 기존 구조물이 아무리 길게 나 있어도, 새 구조물이 150m 이하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경영향평가보다 완화한 기준이 적용돼, 해안을 상대로 한 소·중형 대상 사업이 난무할 우려가 크다.
해역이용영향평가센터 탁대호 박사는 "난개발이 촉발한 해안 방재 우려, 해양생태계 훼손 등을 막기 위해 관련 부처가 함께 촘촘하고 강화된 평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안 보전의 최전선, '블루벨트'
해안 난개발을 현실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녹지의 그린벨트와 같이 해안 '블루벨트' 지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정 구역을 블루벨트로 지정해 원천적인 개발이 불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블루벨트 지정에는 시가 부지를 매입하는 '예산 투입 방식'과 법 정비를 통해 개발을 제한하는 방식이 제기된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의 경우 2020년 공원일몰제로 대규모 해안 미개발지가 공원 지정이 해제된다. 시가 도시공원으로 재지정해 이곳을 지키기로 한 움직임도 일종의 블루벨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시, 정부 차원의 해안 부지 매입이 어렵다면 연안관리계획 등의 강력한 블루벨트로 개발을 막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부산 매립지에 우후죽순 아파트가 들어선 '매립지의 비극' 문제도 블루벨트 지정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현재 공공목적의 매립은 해수부 허가로 이뤄진다. 해수부의 해안 계획에 따라 매립지를 정하고 매립목적 등 신청을 받아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는 매립 후 10년이 지나면 유명무실해진다. 10년이 경과하면 지자체가 매립 목적 변경을 허가할 수 있어, 사실상 해안선 전체를 고려한 해안 계획 수립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기존 매립지를 블루벨트로 지정하는 등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일종의 지침을 마련해 둔다면 부산시 차원에서 해안 관리가 가능해진다.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한 뒤, 10년 후 아파트·호텔 등으로 목적으로 바꾸는 사업자의 '꼼수'도 부산에서는 예외가 될 수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송교욱 선임연구원은 "부산은 1900년대 초부터 자갈치 일대 등지에서 매립의 역사가 시작됐지만 매립은 부산에서 목적이 변질된 지 오래된 것 같다"며 "현재까지 그나마 보존되고 있는 자연 해안에 블루벨트 개념의 규제를 적용해 개발 계획이 해안을 잠식하는 세태를 이제는 막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끝-
이승훈·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