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리 낙동강의 눈물] ⑧ 17년 고인 '낙동강법'
입력 : 2018-11-06 19:28:39 수정 : 2018-11-07 12:49:23
'개발 욕구 vs 보호 요구' 갈등 앞에서 무기력한 法
달성보 너머로 보이는 옛 위천공단 예정부지.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 다시 '개발 망령'이 되살아날지 모른다. 정종회 기자 jjh@고인 물은 썩는다. 법과 제도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했지만 '낙동강수계법'은 17년 전 낡은 틀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수질 개선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지금의 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 상류 난개발 우려되지만
현 낙동강수계법 '무용지물'
수계위, 물 분쟁 조정 불가능
공장들 난립해도 '속수무책'
지원금 배분 불균형도 문제
오염 유발하는 상류 지역
부담금 적고 지원은 더 많아
■물 분쟁 '조정자'가 없다!
달성보 상단, 낙동강 오른편에 펼쳐진 드넓은 대지. 1995년 낙동강 살리기 운동의 시발점이 된 옛 위천공단 부지다. 당시 낙동강하류 지역민이 똘똘 뭉쳐 공단 조성을 막아냈지만, 최근까지 이곳에선 개발 움직임이 이어졌다. 2012년 대구시와 달성군이 이 일대 122만㎡ 부지에 산업유통단지를 조성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세웠다. 다행히 계획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를 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철회됐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완충녹지와 늪 보전대책 부족, 낙동강하류 부·울·경 지역의 반대 여론 등을 이유로 평가서를 반려했다.
'제2 위천공단'은 막아냈지만 언제 다시 '개발 압력'에 직면할지 모른다. 옛 위천공단 부지는 일반공업지역인 탓에 법적으로 개별 공장이 들어서는 건 막을 방법은 없다.
13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놓고 상류 지역의 '개발 욕망'과 하류 지역의 '보호 요구'가 맞서는 물 분쟁이 끊이지 않지만, 현행 낙동강수계법(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무용지물이다.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수계위)에는 물 관련 분쟁을 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수계위 기능을 확대(본류·지류 개발사업 조정 등)하는 내용 등을 담은 낙동강수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한 차례 상임위 회의를 끝으로 지금껏 잠자고 있다.
■오염 유발자가 더 이득?수계법 개정의 또 다른 쟁점은 '물이용부담금'이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낙동강에서만 2조 8447억 원 상당의 물이용부담금을 거뒀지만 기금 배분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인다. 시도별 납부액을 살펴보면 부산이 6862억 원(24.1%)으로 가장 많지만, 부산에 돌아온 지원금은 673억 원(2.3%)에 불과하다. 두 번째로 많은 6214억 원의 부담금을 낸 대구는 2616억 원(9.0%)을 지원받았고, 4261억 원을 낸 경북에는 가장 많은 1조 1134억 원(38.4%)이 돌아갔다.
이 같은 '불공평'은 60%에 가까운 기금이 상류지역 환경기초시설(하수·폐수처리장 등) 설치·운영에 쓰인 탓이다. 수질 개선을 명목으로 오염을 유발한 지역에 더 많은 기금을 지원하면서, '오염자 부담 원칙'에 위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물이용부담금 사용처 중 주민지원사업 대상과 사업범위를 확대하고, 신규 취수시설 개발지역 지자체·주민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인공습지, 강변여과수, 본류·지류 취수장 신설 등 새 취수원을 조성할 때 사업 대상지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이들을 위해 기금을 쓰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해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세계에서 물 관련 부담금을 가장 많이 걷는 프랑스(연 3조 1000억 원)의 경우 '오염부담금'과 '취수부담금'으로 기금을 이원화해 철저히 목적에 맞게끔 사용하고 있다. 연 2조 5000억 원 규모인 네덜란드는 지역에서 낸 부담금의 95%를 해당 지역을 위해 쓰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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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위천공단 조성을 저지하기 위해 남포동에 모인 부산시민들. 부산환경운동연합 제공 |
■공장 짓게 하는 '면죄부'법오염총량관리제와 수변구역 지정 등 수질 개선을 위한 주요 제도들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현재 낙동강수계법은 한강 등 여타 수계법처럼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를 오염총량관리제 기준 항목으로 삼고 있다. 지난 17년간 하수처리장이 늘면서 BOD는 개선(2.6→2.0㎎/L)된 반면, 중·상류지역에 공단이 배 이상 늘면서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수치는 외려 악화(5.8→6.2㎎/L)됐다. COD, TOC(총유기탄소) 등 기준항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생명마당 최인화 책임연구원은 "환경기초시설이 늘어난 덕분에 BOD 농도가 낮아지면서 외려 오염물질 배출량을 늘려도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수질 개선 효과는 없고 신규 공단 조성도 막지 못하는 '면죄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변구역 제도도 현실에 맞게끔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현재는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댐과 댐 상류지역만 지정 대상이어서, 댐보다 본류·지류를 주 취수원을 하는 낙동강 상황과는 동떨어진 실정이다.
여기에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이 대폭 늘어나는 등 강 환경 자체가 바뀐 점도 수계법 개정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부산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구자상 이사장은 "4대강 사업 이후 오염총량제 등 기존 수질 개선 제도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