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히고 썩고 무너지고… 멍들어가는 금정산성
등산객과 4륜 오토바이 등이 무분별하게 드나들면서 금정산성 중성~4망루 구간 성벽 위가 움푹 패어 반들반들한 등산로가 만들어졌다(왼쪽). 복원된 '장대' 역시 기둥이 썩고 바닥이 내려앉는 등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총 길이 18㎞에 달하는 국가지정 문화재(사적 제215호)인 부산 금정산성이 부실한 관리 속에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성곽 위로 등산객들이 오간 탓에 반질반질한 '등산로'가 만들어진 지 오래고, 수억 원을 들여 복원한 문화재도 훼손·방치된 채 곳곳이 썩어 들어가고 있다. 문화재 보호 책임을 방기한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6일 오전 금정산성 중성~4망루 구간. 한눈에 봐도 4망루로 향하는 등산로가 최소 두 개 이상으로 갈려 있었다. 바윗돌을 쌓아 만든 옛 성곽 위 한가운데는 움푹 팬 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아, 이미 수많은 이의 발길이 드나든 흔적이 또렷했다.
2009년 정비 사업 후 방치
성벽 위 등산객 발길에 훼손
움푹 파이고 풀조차 안 자라
장대 등 구조물 곳곳도 파손
허술한 문화재 관리 비판 쇄도
중성 곳곳엔 성인 남성 키보다 몇 뼘 더 높게 자란 나무가 깊이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국장은 "성곽 위 나무들을 제때 제거해 주지 않으면 성벽 곳곳이 벌어지면서 무너져 내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정산성 중성은 1991년 170m 구간, 이듬해인 1992년 110m 구간에 걸쳐 성벽 복원 사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2009년 이후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아, 성곽 위는 등산객과 레저용 '사륜 오토바이'가 밤낮으로 무분별하게 드나드는 비지정 등산로로 전락해 버렸다. 유 국장은 "세상 어디에서도 문화재 위로 등산하는 곳은 금정산성밖에 없을 것"이라며 "성곽 위 등산로를 폐쇄하고, 다른 등산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억 원을 들여 복원한 문화재도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금정산성의 유일한 장군지휘소였던 장대(將臺)는 목재 구조물 곳곳이 썩거나 부서진 채로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금정산 해발 475m 지점에 터만 남았던 장대는 2005년 부산은행이 복원사업비 2억 원을 기부해 306년 만에 옛 모습을 되찾았다. 이후 문화재보호구역 추가지정을 통해 장대도 사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복원 이후 문화재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옛 모습을 재현하려 내건 조선시대 군기(軍旗)는 언제 교체했는지 모를 정도로 색이 바랬고, 곳곳이 찢어져 너덜너덜했다. 마루는 푹 꺼져 내려앉았고, 기둥 곳곳은 쩍 벌어져 뒤틀리거나 썩어 들어가 톱밥처럼 가루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금정산성은 시청과 담당 구청이 순찰·관리 등을 맡고 있다. 국가사적이기 때문에 금정산성 재건과 보수를 위한 예산은 문화재청이 매년 지원한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문화재 담당자가 2명뿐이라 세세하게 돌보고 관리하기엔 행정력에 한계가 있다"며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을 조사해 내년 중 정비 사업을 벌일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글·사진=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