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혼획 금지’ 항소심마저 “현실성 없다”
지난 1일 3개월간의 금어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가을어기 조업에 나선 남해안 멸치잡이 기선권현망선단이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멸치잡이 기선권현망선단의 밴댕이 혼획을 둘러싼 검찰과 어민 간 법정 다툼(본보 1월 21일 자 2면 보도 등)이 어민의 완승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어민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단 1%의 혼획 조차 금지 한 현행법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법원이 재확인한 만큼 정부도 관련법 현실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멸치잡이 선단 ‘혼획’ 법정 다툼
“어구와 어법 상 혼획은 불가피”
1심 이어 2심도 어민 손 들어줘
현행 ‘혼획 금지법’ 한계 재확인
정부, 관련법 개정 등 서둘러야
창원지법 제3형사부는 3일, 수산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천선적 기선권현망 선단 A 호 어로장 B(49) 씨와 선주 C(59)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월 A 호 선단이 통영시 욕지면 남방 1.8마일 해상에서 밴댕이(디포리) 약 78㎏을 불법 포획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현행 수산업법이 기선권현망 어업 허가를 받은 어선은 '멸치만' 잡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의든 실수든 멸치가 아닌 다른 어종을 1마리라도 잡으면 불법이란 의미다.
반면 재판부는 기선권현망어업의 어구·어법을 감안할 때 위법이 아니라고 봤다. 멸치를 포획하기 위한 그물(세목망)에 밴댕이 등 멸치보다 몸집이 큰 어종이나, 멸치를 먹이로 하는 어종이 일정 비율로 함께 포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밴댕이는 몸집이나 비늘, 몸 색깔 등이 멸치와 비슷해 가공선으로 옮기기 전 선원들이 분리해 방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게다가 적발 당시 A 호에서 건조 중인 멸치 700여 발 중, 밴댕이는 70여 발로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인용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고의가 인정된다 해도 ‘기대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기대가능성은 행위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적법행위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형법적 처벌을 위해선 이를 입증해야 한다. 반대로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 행위라며 명백한 위법행위라도 처벌할 수 없다.
이번 판결로 수산업계의 해묵은 분쟁거리인 ‘혼획 금지 법률’의 한계가 다시 한 번 드러난 만큼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는 정상적인 법 적용과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 수산업법을 개정하면서 쌍끌이대형저인망어선 등의 멸치 포획을 금지하는 대신, 기선권현망은 멸치만 포획하도록 명문화 했다. 특히 준법 조업 과정에서 잡히는 소량의 혼획도 금지했다.
하루아침에 '범법자' 신세가 된 어민들은 조업정지 등 행정처분까지 더해져 생계를 위협받자 규제 현실화를 요구했다. 해수부는 뒤늦게 재개정에 나섰다. 자연 혼획은 허용하되 혼획된 어획물을 팔수는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2017년 연말 시행을 목표로 세부 개정안까지 준비했지만 연안어선업계의 반발로 잠정 보류했다.
결국 이런 해수부의 갈팡징팡 행정이 현장의 혼란과 갈등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애꿎은 어민들만 골탕이다. 불필요한 갈등과 분쟁,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