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못 한 조선통신사 재현선, 공들인 ‘민간 교류’도 멈추나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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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관심을 모았던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항 축제 참가가 무산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건조한 재현선이 올 5월 4일 부산항 옛 국제연안여객터미널 부두로 입항하는 모습. 부산일보DB 큰 관심을 모았던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항 축제 참가가 무산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건조한 재현선이 올 5월 4일 부산항 옛 국제연안여객터미널 부두로 입항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조선통신사 사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문화재청이 8월 3~4일 열릴 예정인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항 축제에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을 보내지 않기로 하면서, 올해 조선통신사 사업이 취소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는 ‘대일(對日) 교류 전면 재검토’를 전격 선언(23일)하고선 막상 참가 여부에 대한 결정은 뚜렷한 이유 없이 미뤄 비난을 사고 있다.

내달 열릴 日 이즈하라항 축제

문화재청, 재현선 안 보내기로

부산시 ‘참가 잠정 보류’ 결정에

문화계 “조선통신사, 친일 아냐”

영도구 대표단 파견 계획 취소

사실상 축제 참여 어려울 듯

문화재청 관계자는 25일 “한일관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선통신사선 재현선 쓰시마섬 행사 참가를 취소했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행사를 잘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24일 변성완 행정부시장 주재로 ‘일본 교류사업 검토회의’를 열어 부산문화재단의 이즈하라항 축제 참여를 ‘잠정 보류’했다. 하지만 부산시가 ‘민간 외교’의 성격이 컸던 조선통신사 사업마저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부정적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강남주 전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등재 한국추진위원회 학술위원장은 “조선통신사 행사는 친일도 반일도 아니다. 전후(戰後) 두 나라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 문화행사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이 행사를 좋아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는 싸우더라도 민간의 숨통은 틔워 놓아야 한다. 한 번 교류를 끊기는 쉽지만 회복하기는 아주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전 위원장은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유네스코 공동 등재를 추진한 장본인으로서 가슴이 먹먹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2017년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한·일 공동 등재는 부산과 일본 내 조선통신사 연고가 있는 지역 도시들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다.

부산문화재단 강동수 대표는 “그제(23일) 밤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을 만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이즈하라항 축제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부산시 출연기관의 하나로서 시의 결정을 거스를 수 없는 데다 오랫동안 쌓아 왔던 문화교류와 시국 문제, 국민 감정을 놓고 숙고 끝에 재단 차원에서는 축제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 김배경 문화체육국장은 “어제(24일) 회의 석상에서 잠정적 보류 결론이 나오긴 했지만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26일 추가 검토한 뒤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산시 관계자는 “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경우 당연히 여러 부작용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 감정에 맞는 합리적 대응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검토 결과를 내놓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최종 결정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부산문화재단의 이즈하라항 축제 참여가 무산되거나 성사되더라도 ‘반쪽 참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조선통신사선 재현선 참가가 무산된 데다, 쓰시마시와 30년 넘게 자매결연을 맺어 온 영도구가 대표단 파견 계획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김철훈 영도구청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의 최근 행태를 보며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지금의 국민적 정서는 물론 우리 구의 현재 감정으로는 도저히 대마도(쓰시마)를 방문할 생각이 없어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업을 추진해 온 부산문화재단 실무진은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쓰시마시 입항을 계기로 준비해 온 승선체험 행사 등이 무산된 데다 재단의 참여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 재단의 한 관계자는 “재현선 체험 행사를 비롯해 2년 가까이 준비한 행사이고 쓰시마시, 민간 단체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가 고민이다”고 말했다.

조영미·이현우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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