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수원에 면죄부 안겨준 ‘균도네 소송’ 항소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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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부산고법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던 ‘균도네 소송’의 결과가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갑상선암 발병 원인과 원전 방사능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판결 이유다.

독립된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번 부산고법의 판결은 아쉬움이 크다. 2014년 이 사건 1심 판결은 원전 주변 주민의 암 발병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한수원의 책임을 인정하는 전향적인 판단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판결은 원전과 암 발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명돼야 한다는 종래의 입장으로 회귀했다. 원전의 안전성이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고,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한수원에 면죄부만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과 갑상선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수원 측 주장대로 원전 인근 주민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 이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원전의 안전성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고, 균도네 소송 1심 판결 이후 이미 전국적으로 600여 명에 이르는 원전 주변 주민이 갑상선암 발병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소송 때문만은 아니라도 원전의 안전성을 확실하게 밝혀 원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무조건 안전하니 믿으라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조사를 통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 나아가 한수원은 원전 인근 주민에 대한 책임을 회피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사회적 역할과 위상에 걸맞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부산고법의 판결에 대해 원고 측과 시민단체가 반발하며 상고 방침을 밝혀 결국 최종적인 법적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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