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뒤집힌 ‘균도네 소송’… “한수원 고리원전 방사능 배상책임 없다”
14일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반핵단체들이 부산고법 앞에서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한 한국수력원자력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리원전 방사능 피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인 ‘균도네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한국수력원자력의 손을 들어주었다. 원전 인근에 살다 갑상선암에 걸린 주민에 대해 한수원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고 측은 불복해 상고키로 했고, 반핵단체들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한수원 측은 “재판부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도 그외의 말은 아꼈다.
부산고법, 한수원 손 들어줘
암·피폭량 상관관계 부족 판단
반핵단체, 강력 반발 시위
부산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김주호)는 14일 박금선(53) 씨 가족 3명(균도네 가족)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소송 비용도 모두 원고가 물게 했다.
4년 전 1심에서는 박 씨의 감상선암 발병에 대해 한수원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 박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항소심 판단이 1심의 판단과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공해소송의 인과관계 증명 책임’ 법리의 적용 여부였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 원인과 그로 인한 손해발생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지만,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은 원인 물질을 배출한 기업에 있다.
1심에서는 이 사건을 ‘공해소송’으로 봤다. 원고가 갑상선암 발병과 원전 방사능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 한수원에게 인과관계가 없음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공해소송 등에서 볼 수 있는 정형적 사상경과(事象經過·오염물질의 발생-도달-피해 발생의 과정)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국내외 연구조사 결과만으로는 갑상선암 발병과 고리원전 방사능 피폭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한 서울대 원자력연구소 등에 의해 조사된 고리원전 인근 주민들의 피폭선량이 ‘연간 피폭선량 한도’ 1mSv(밀리시버트)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던 점도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변호인은 “공해소송 입증 책임은 해당 기업에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충분히 밝히지 않았다”며 상고의 뜻을 밝혔다.
한편 탈핵부산시민연대, 갑상선암울진군공동소송단 등 반핵단체들은 이날 재판이 끝난 후 부산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 결과가 없다면 제대로 연구를 하지 않은 이 나라 엘리트들이 잘못한 것”이라며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하라는 무책임한 판결”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글·사진=김종열 기자 bell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