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북·전용 아파트… 日, 반려묘와 ‘동거’
올해 3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문을 연 반려묘 전용 아파트. 미요시부동산 홈페이지 캡처
고양이 두 마리의 집사로 평화로이 살던 어느 날, 대형 화재가 도시를 덮쳤다. 까맣게 불타버린 집을 떠나 시작된 피난소에서의 생활.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다른 주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불에 그을린 고양이를 치료할 길도 막막하다.
재난서 고양이와 함께 살아남기
서점가 집사용 가이드북 큰 인기
고양이 전용 통로 갖춘 주택까지
지자체 ‘길냥이’ 관리 지침 마련
■고양이와 대피소 생활 소개 책 나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출간돼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책 <결정판 고양이와 함께 살아남기 방재 BOOK>. 서일본신문 제공
지진, 물난리 등 재난·재해를 만났을 때 반려동물과 함께 어떻게 살아남을까? 일본에서 고양이와 고양이 주인들을 위해 방재 정보를 정리한 책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 반려묘를 동반해 생활했던 이재민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단행본 〈결정판 고양이와 함께 살아남기 방재 BOOK〉은 지난해 12월 출간 이후, 방재 관련으로 고양이에 특화된 서적으로는 드물게 꾸준히 증쇄를 거듭한 데 이어, 최근엔 휴대용 ‘포켓북’까지 나왔다.
이 책은 일본의 격월 고양이 잡지 ‘네코비요리’ 편집부가 이재민들을 취재해 썼다. 책에 따르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주인을 잃고 보호 중이던 개와 고양이 가운데, 이름·연락처를 적은 ‘미아방지 인식표’나 ‘광견병 예방주사 완료표’를 붙인 개는 모두 주인을 발견했지만, 고양이는 단 한 마리도 주인을 되찾지 못했다. 이러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책 1장에서부터 ‘신원 표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은 이 밖에도 재해 시 챙겨나갈 물건 구비와 고양이 건강 관리, 훈육 중요성 등을 짚고, 재해 상황에 따른 고양이의 피난 방법, 응급 처치, 대피소에서의 단체 생활과 주의점 등도 정리했다.
■지자체가 ‘길고양이 관리 가이드라인’
일본에서는 최근 반려묘 수가 반려견 수를 추월하는 등 고양이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아파트 등 공동 주택 생활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발톱으로 긁어도 벗겨지지 않는 벽에 배설물 냄새가 배지 않는 페인트를 바르고, 고양이 전용 통로와 캣타워, 고양이 샤워 공간 등을 갖춰 반려묘와의 생활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아파트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주인을 알 수 없는 버려진 길고양이에 증오와 반감을 품은 주민이 고양이를 학대하기도 하는 등 골치를 앓으면서, 지자체마다 해결책을 짜내는 데도 고심 중이다.
일본 후쿠오카현은 길고양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 주민이 협력해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사육·관리하는 ‘지역 고양이 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책자에는 고양이의 생태와 보호 상황이나 활동에 앞선 마음가짐, 대처법 외에도 실제 활동 성공·실패 사례도 소개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지역 주민들이 갹출한 회비로 중성화 수술을 하고 분뇨 처리를 하거나, 주민들과 갈등을 줄인 사례 등도 모았다.
이렇게 만든 책자와 귀여운 고양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팸플릿은 관공서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배포하고 있다.
후쿠오카=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