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1번지 부산의 민낯] 2. 관광만 부각된 도시재생
일상은 없고 관광만 남았다… 도시재생 10년, 후유증만 재생 중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사진 명소로 알려진 어린왕자 구조물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마을이 대형 관광지로 뒤바뀌면서 소음과 사생활 침해 문제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마을이 관광지로 남는 것이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2009년 감천문화마을에 예술작품을 설치하고 주민들과 화합하는 ‘골목길 프로젝트’로 도시재생에 시동을 건 진영섭 감천문화마을 총예술감독이 현재의 감천문화마을을 평가하며 한 말이다. 2017년까지 마을 주요사업에 관여했던 그는 마을 관광지화를 주민들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마을이 감당할 수 있는 관광객 유입 수를 넘어선 지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고민할 시점이라고 마을의 현 상태를 진단했다. 마을의 관광객 수용력이 포화에 달한 감천문화마을 10년. 마을은 인구 유출과 주민 분열 우려 등으로 기로에 서 있다.
마을 관광코스 내 거주 주민들
“내 집도, 내 일상도 구경거리가 됐다”
2011년 이후 방문객 수 1162만 명
단독주택 평당 단가 평균 4배 넘게 올라
유명 관광지 됐지만 주민 만족도 떨어져
생활권 압박·지가 상승에 주민들 이탈
“칭찬 받았던 도시재생 반성·평가 필요”
전문가들, 관광 - 주민 상생안 마련 제안
■도시재생이 부른 반비례 현상
“여기도 사람이 살아?” 지난 1일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 이 모(27·여) 씨는 옆 사람이 들릴 만한 큰 목소리로 마을의 한 가옥을 보며 이렇게 되뇌었다. 이 씨뿐만 아니라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원주민 주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연신 찍으며 집 구석구석을 살핀다. 이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몇년 전부터 집 안을 들여다보는 관광객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마을 관광코스에 포함된 원주민 윤 모(64) 씨의 단독주택. 바로 옆으로 나 있는 길목에는 주택 사진을 촬영하고 내부를 보기 위해 창문을 기웃거리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10여 년 전 도시재생 사업 이전 늘 문을 열어두고 생활했다던 윤 씨는 창문과 대문을 걸어 잠그는 게 일상이 됐다. 윤 씨는 “마을이 관광지가 된 이후 주민이 거주하는 주택과 주민들이 관광의 대상이 된 것 같다”며 “마을이 이렇게 돼 버린 걸 이제와서 어떡하겠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집계된 감천문화마을 관광객 수는 총 1162만 명. 지난해 관광객 257만 명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 평균 7000명이 마을을 찾아 곳곳을 누빈다. ‘감천문화마을 관광길’에 포함된 행정구역은 감천2동 12~18통. 6개 통 주민 생활공간은 관광객들의 공간이 됐고 주민 1952명은 관광지 속 관광상품이 됐다.
관광화가 주민 생활권을 압박하면서 마을에는 ‘반비례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관광객의 편의는 주민 불편의 반비례 현상으로 돌아왔다. 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더 좋은’ 관광지가 되기 위해 국가 예산도 10년간 400억 원가량이 투입됐다. 하지만 치솟는 투입 예산과 관광객 수와는 반대로 주민들의 거주 만족도는 점차 낮아졌다.
활성화된 마을의 지가 상승은 역설적으로 주민 이탈로 이어졌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토지건물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마을 관광 요충지와 중심 상권 인근 단독주택의 토지면적 평당 단가는 2011년 이후 현재까지 평균 4배 이상 증가했다. 주요 상권에 속한 한 단독주택은 2008년과 비교해 2016년엔 평당 10배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주택 거래 대부분은 마을과 연고 없는 외지인 간의 거래다. 반면 2011년 2969명이던 주민 수는 8년 만에 1952명으로 줄어들었다.
감천동 일대에서 10년 이상 부동산업을 이어온 한 주민은 “마을 중심 상권에 위치한 단독 주택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일종의 투자 목적이 대부분”이라며 “신도시도 아닌 외진 마을의 노후 주택 가격이 치솟은 사례가 여기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년 전 살기 좋은 마을로 다시 한번 나아가야
올 3월 폐교된 감천문화마을 진입로 앞 감정초등학교 1만 5348㎡ 부지. 부지 활용 방안을 두고 마을은 내홍을 겪고 있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을 설치하자는 주장, 관광시설로 활용하자는 주장, 주민들을 위한 교육 시설로 활용하자는 주민 의견이 충돌했다. 이 같은 대립은 도시재생 10년으로 마을이 지향해야 할 방향의 대립을 단면적으로 보여 준다. 각종 도시재생사업으로 감천문화마을을 관광지화로 이끌었던 구청은 중재나 의견 개진 없이 교육청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다.
한 주민은 “감정초등 사례 이외에도 사업이나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민 간에 의견 대립만 커지고 있다”며 “관광지화로 수혜를 누린 주민과 그렇지 못한 주민 사이에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조율과 중재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사하구청은 감천문화마을 마을협의회는 ‘주민 소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감천 행복버스’ ‘이동식 목욕탕’ 등의 각종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의회는 마을을 찾는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을 지도를 판매하고 마을 기업을 운영해 수익금을 주민 지원 사업에 쓰고 있다. 하지만 몰려드는 관광객들에 대한 불편을 감내할 만큼의 보상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김지현 전 부산시의회 정책연구팀장은“지자체와 협의회는 주민 상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주민들도 마을에 어떤 사업이 펼쳐지는지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합쳐져야 도시재생 최초에 의도했던 상생 가능한 마을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순선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장은 “관광화에 따른 주민 피해 해결을 위해 주민 복지 사업에 노력하고 있지만 더 확고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마을 주민이 첫 번째, 관광이 두 번째인 감천문화마을을 구상하고 있다. 관과 협력해 새로운 도시재생 11년째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곽진석 기자 jundragon@busa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