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에 700만 원, 온라인 암표 판치는 연말 콘서트
연말 콘서트 철을 앞두고 ‘프리미엄 티켓’을 파는 온라인 암표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BTS 멤버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부산을 비롯한 곳곳에서 펼쳐지는 연말 콘서트를 앞두고 온라인 암표 거래가 극성이다. 인기 가수의 공연 티켓을 선점한 뒤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재판매하는 이른바 ‘리셀러(reseller)’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온라인 암표 문제는 한국문화산업 돌파구로 거론되는 K팝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기 가수 콘서트나 팬 미팅 같은 행사에는 온라인 ‘프리미엄 티켓’ 판매자가 따라붙는다. 컴퓨터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공연 티켓을 예매한 뒤 가격을 수십 배까지 부풀려 판매한다.
‘매크로’ 이용 대량 구매로 선점
웃돈 붙여 파는 ‘리셀러’ 활개
프리미엄 천정부지로 치솟아
“티켓 싸게 판다” 사기 사건 빈발
재판매 규제 법안 국회서 낮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
“K팝 산업 성장에 걸림돌” 지적
이달 콘서트를 앞둔 보이그룹 엑소와 가수 싸이, 폴킴, 나훈아, 송가인, 장윤정, 악동뮤지션 공연 티켓은 ‘프리미엄 티켓’ 거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기 공연일수록 암표 가격은 천정부지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서는 아이돌그룹 엑소의 콘서트 ‘익스플로레이션 닷(EXplOration dot)’ 입장권이 정가 12만 1000원보다 약 16배 부풀린 200만 원으로 둔갑했다. 해당 입장권이 선(先) 예매 티켓인 것을 고려하면 일반 예매가 끝난 뒤에는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정가 13만 2000원인 싸이 공연 입장권은 60만 원, 폴킴의 연말 부산 콘서트 티켓은 정가의 배인 2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나훈아와 송가인, 장윤정, 빅톤 공연 입장권 역시 정가보다 각각 1.5배에서 2배 정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번 국정감사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수민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10월 열린 보이그룹 BTS 콘서트 표는 정가(11만 원)의 63배에 달하는 700만 원에 거래됐고, H.O.T 공연 입장권은 정가의 10배가 넘는 212만 5500만 원에 유통됐다.
연말 콘서트 철을 앞두고 ‘프리미엄 티켓’을 파는 온라인 암표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엑소 공연 장면.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주요 예매 사이트인 YES24와 인터파크티켓 등은 보안문자 입력, 1인당 구매 매수 제한 같은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매크로를 활용한 티켓 다량 구매를 막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리셀러의 배를 불리는 비정상적인 공연 티켓 유통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K팝 소비자들이 보고 있다.
재판매되는 암표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사기 피해도 빈번하다. 최근에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유명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싸게 판다’는 글을 게시한 뒤 수백만 원을 가로챈 20대가 경찰에 구속됐다. 3월에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 구매 대행 트위터 계정인 ‘메이다니’가 수억 원대 피해를 남기고 잠적하기도 했다. 경찰청 조사 결과 티켓 사기를 포함한 온라인 개인 간 거래·기타 항목 사기 사건은 2014년 5만 3295건에서 지난해 10만 1606건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선 이런 문제가 국내 공연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암표 피해로 소비자들이 공연에 등을 돌리면 국내 공연산업 발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김은아 S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프리미엄 티켓 관련 문제가 우리 측에도 접수되고 있다”며 “회사에서도 암표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티켓 재판매를 막을 법적 규정은 없어 처벌도 어렵다.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6월 대표 발의한 ‘공연법 개정안’을 비롯한 관련 법안 10여 건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