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말 많고 탈 많은 ‘공수처호’, 무사 항해 가능할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종합 보고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줄여서 ‘공수처’라고 부른다. 오는 15일 신설될 예정인 공수처는 검찰보다 힘이 더 세다는 준사법 기관이다.
공수처가 5월 30일 4년간의 임기가 시작되자 마자 빚어진 21대 국회 여대야소 국면의 여야 갈등을 자칫 극한 충돌 양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이 기관은 또한 정치권이 하기에 따라서는 국민의 바람인 여야 협치의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법률상 공수처는 이달 15일 공식 출범한다. 10일가량 남은 법정 시한까지 초대 공수처장 임명을 비롯한 공수처 발족 작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 등을 이유로 공수처 출범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반해 미래통합당은 법원·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공수처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출범 시점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기한 내 출범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아무튼 시기를 떠나서 법률상 출범이 불가피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여야의 막바지 원만한 협의와 타협도 절실한 실정이다.
■검찰보다 권한 막강한 공수처
공수처는 3급 이상 고위 공직자와 가족의 직무 관련 비리를 독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져 권한이 막강하다. 청와대 등에 보고의무도 없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무직 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7000여 명에 달한다. 공수처는 전직 고위 공무원과 수사 대상의 가족을 일부 범죄에 한해 수사할 수도 있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및 그 가족이 범한 직권남용과 수뢰, 허위공문서 작성 및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 특정범죄를 독립적 위치에서 수사해 척결함으로써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인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4일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을 공포하면서 밝힌 법 제정 취지. 국민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공수처를 설치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주장이다.
이 때문인지 공수처는 검찰에 비해 더욱 큰 권한을 갖게 됐다. 이는 공수처법 제24조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에서 보장하고 있다. 야권으로부터 ‘옥상옥’이란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게다가 공수처장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할 경우, 검찰 등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법규정까지 있다. 공수처 인력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검사 25명 이내, 수사관 40명 이내로 규정돼 있다.
2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수처설립준비단 현판식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참석자들과 함께 제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자 비리로 공수처 논의 시작
공수처 논의의 출발점은 24년 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시민단체 요구에 따라 발의한 부패방지법안에서 공수처가 처음 언급됐다. 검찰이나 경찰 등 기존 수사기관 외에 공직자의 부패범죄를 전담하는 별도의 수사기관을 만들자는 것. 이때 명칭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조처)’였다.
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 공수처 신설이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무산됐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공수처법을 발의해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신설하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2005년 당시 한나라당(현 통합당)의 반발에 막혀 역시 도입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마다 공수처가 주요 화두가 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특별검사와 특별감찰관 등 대안이 검찰 견제 수단으로 한시적으로 시행되기도 했다. 1999년 특검제도가 처음 통과돼 그동안 모두 13차례의 권력형 비리 수사가 이뤄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공수처 문제는 2017년 ‘공수처 설치’를 대선 1호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탄력을 받았다. 현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공수처 설치 방침을 밝혔다. 이 해 10월 법무부가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전담 수사할 독립기구 공수처를 설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체 방안을 내놨다. 이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공수처법이 민주당 주도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물리적 충돌 끝에 통과하기에 이른다. 올 1월 14일에는 공수처법이 공포되고, 2월 10일 국무총리 소속 공수처설립준비단(단장 남기명 전 법제처장)이 발족해 실무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9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표결을 앞두고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촉박한 일정에 정상 출범은 난항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수처 설립이 간절한 대통령이 예정된 일정대로 공수처 출범을 진행키 위해 국회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를 추천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수처장이 임명되지 못할 경우 공수처 역시 제때 출범할 수 없는 것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국회 후보추천위의 후보 2명 추천 △대통령의 후보 1명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대통령 임명 등의 순서를 거쳐 취임하게 된다.
이에 국회의장은 지난 1일 민주당과 통합당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위원 선임을 각각 요청했다. 전체 추천위원 7명 중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을 제외한 4명은 여야 교섭단체가 선임해야 한다. 추천위원 2명은 통합당 몫이다. 추천위원 7명이 각자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한 뒤 추천위원 6명 이상이 동의하는 최종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오는 15일을 겨냥해 추천위원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통합당의 거센 반발로 공수처 출범이 어려울 수 있다는 여권 내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속한 공수처 출범을 위해 국회법·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공수처장 추천위 운영규칙 등 후속 3개 법안을 서둘러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일이 임박한 반면에 아직까지 공수처장 후보 선정은커녕 추천위조차 꾸려지지 않은 데다 후속법 처리 등 공수처 출범에 필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바람에 기한 내 출범은 쉽지 않고 계속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통합당의 비협조로 추천위 구성이 무기한 연기될 것을 감안해 추천방식 변경 등 관련 법률 개정 가능성을 내비쳐 통합당의 반발을 가중시키는 측면도 있다. 공수처 설립을 반대해 온 통합당은 추천위원 선임에 앞서 후보 추천 규칙안이 먼저 통과돼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강경한 공수처 추진 의지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통합당은 아예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거나,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버티기’로 맞설 태세다. 이 때문에 통합당이 기한 내 추천위원을 선임치 않으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를 지정해 추천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이 나오는 등 여야 간 힘겨루기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6월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청 및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개혁 vs 위헌…공수처 찬반 논란
이에 앞서 여야는 그간 공수처를 둘러싼 찬반 논란 속에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 오고 있다. 너무 막강한 검찰의 힘을 줄이기 위해 수사권만 빼앗으면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처럼 힘을 못쓸 것이므로,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게 통합당 생각이다. 민주당은 삼손을 때려잡을 더욱 센 삼손을 하나 더 만들어 제압하자는 발상으로, 곧 공수처 신설이다. 통합당 등 반대파는 공수처장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이를 악용할 경우 삼권분립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며 비관적이다. 여권은 특권층의 불법과 권력 비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기 때문에 공수처 출범이 시급하다는 논리다.
현재 통합당은 공수처가 위헌적임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5월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국회가 대통령과 장관을 탄핵할 수 있는데, 공수처장은 탄핵 대상이 아니어서 국회 견제를 받지 않는 ‘괴물’ 사법기관이 탄생해 현 정권을 비호하는 권력기구가 될 위험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통합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시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토권’까지 거대 여당이 빼앗기 위해 독재적으로 공수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려 한다”며 규탄했다.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 카드’로 생각한 것이다.
더욱이 청와대의 국회 장악에 이어 법원과 검찰 등 사법 장악의 시도를 의심하며 강하게 반발한다. 판사 3000명과 검사 2000명도 공수처의 주 수사 대상이라 그렇다. 공수처 반대론자들은 공수처가 여권의 부정과 비리를 감추고 야당과 보수 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일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개혁의 자살’이란 글에서 “공수처도 이미 대통령의 노후 보장보험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라며 “최고의 국정과제가 대통령 무사 퇴임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현재 검찰이 과도하게 독점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 수사 및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공수처에 이양해 검찰의 정치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이 공수처 설치의 이유라고 항변한다.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한 검찰 개혁이 목적이지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고위 공직자 부패비리는 끊임없이 터지고 있으나 ‘정치검찰’과 전관예우 관행이 있어 봐주기 수사 논란을 낳으므로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공수처 설치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1호 처장 후보군은?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행정·입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기구. 그래서 공수처장은 공수처 출범의 열쇠이자, 조직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 공수처장이 공수처 인사권 상당 부분을 쥐고 있다. 차장의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다. 그리고 공수처 검사를 뽑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며 인사위원 1명을 선발할 수 있다. 임기는 3년 단임이다.
유력한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는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판사 출신인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법무장관 아래서 법무·검찰 개혁에 앞장섰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주 하마평에 오른다. 김 교수는 2011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내던 문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오월의 봄)는 책을 펴내는 등 현 정부 권력기관 개혁 등 국정철학 이해도가 높은 인사로 평가된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 이광범 전 법무법인 LKB 대표 변호사도 꾸준히 언급되는 인물. 이 밖에 참여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검사 출신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사법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판사 출신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을 지낸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 ‘김영란법’을 추진했던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공수처를 검찰 견제를 위한 기관으로 보는 법조계에서는 검사 출신보다는 법관 출신 등이 유력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편 검찰 일각에선 법관이나 순수 변호사는 수사능력이 떨어져 수사 경험이 풍부한 법조인이 추천될 가능성을 점친다. 후보군 일부는 공수처가 청와대와 여권의 호위기관으로 전락할 우려를 염려해서인지 하마평에 오르는 걸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출범 추진 향후 전망
국회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끝나는 대로 공수처 출범은 민주당의 속도전, 통합당의 저지 움직임 속에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되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진통 끝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가 가동되더라도 처장 추천 및 임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수월치 않아 공수처 출범은 시간 부족으로 오는 15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7월도 넘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여야 대치와 공전에 격분한 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거부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에서다.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공수처 수장을 선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추천위원 6명 이상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게 돼 있어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하기보다는 공수처 출범 일정을 미룰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명시된 이달 15일 출범을 겨우 10일가량의 기간에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통합당의 더욱 강한 반발만 불러 공수처장 인선부터 극심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건들을 다룰 텐데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여야 대치 국면이 지속되면 통합당이 청구한 공수처법 헌법소원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치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여당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아울러 민주당의 6월 임시국회 단독 개원과 상임위원장 독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여론을 의식한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민주당이다.
공수처 출범이 미뤄질 경우 여야 간에 당장 정면 충돌할 우려는 줄어든다. 한편으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여야 간 협치 가능성의 길이 열려 희망적이다. 국회 추천위는 정치적 부담이 큰 공수처장 추천에 통합당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당장 7월 내 공수처 출범은 힘들겠지만, 여야가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염두에 두고 모처럼 서로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 나가는 타협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합당의 공수처 출범 반대를 돌파하기 위한 공수처법 개정 계획은 없다면서 앞서 특단의 대책을 강조한 이해찬 대표의 강경한 추진 의지에 비해 누그러진 입장을 밝혀 다소 고무적이다. 그는 또 “야당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경우 그 사람이 초대 처장이 될 수 있다”는 말로 통합당의 국회 일정 합류를 은근히 권유하고 있다. 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 강행과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배정에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던 통합당이 지난 2일 이르면 다음주 국회에 복귀하기로 전격 결정해 여야 대화의 기대감을 키운다.
6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중립 최대 과제…여야 협치 기회로
민주당과 통합당은 각각 신속한 공수처 출범 추진, 무조건적인 거부 전략에서 한 발씩 물러나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며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할 때이다. 양당에 공수처 관련 논의를 여야 간 타협과 협치의 기회로 삼는 현명함과 열린 마음이 절실히 요구된다. 더욱이 통합당은 공수처법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엄연히 국회를 통과한 만큼 법을 존중하는 전향적인 자세로 여당과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 공수처 후속 3개 법안 처리 등에 대해 성실히 논의에 응해 하나씩 타협점을 찾아나가면 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야와 청와대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보장하려는 인식에 공감하고, 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실천 의지가 공수처의 안정적인 출범과 원활한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와 국민의 신뢰로 이어지게 된다. 공수처가 제2의 검찰이나 중수부가 돼선 결코 안 된다. 청와대나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아서도 곤란하다. 이를 위해 폭넓은 신망과 훌륭한 인품으로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롭고 수사능력을 갖춰 여야가 함께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을 엄선해 공수처장으로 임명하는 게 급선무라고 하겠다. 만일 여야가 철저한 자기 사람 중심의 기준으로 공수처장을 추천한다면, 초기부터 처장을 둘러싼 잡음과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겠다.
또 법조계에선 신설될 공수처가 기존 검찰 조직의 문제점을 넘어선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수처장 개인에 좌우되지 않은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수사와 기소를 통해 권력 비리 척결과 인권수사의 모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수처 내부에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공수처 성공의 필수 조건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인 만큼 자체적인 견제와 균형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공수처장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침해를 막기 위해 처장 개인에게 절대적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 전문가가 합심해 수사와 기소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여야가 공수처 출범을 위해 잘 협의해야 할 사안의 하나다.
공수처설립준비단은 행정부 등 삼부로부터 독립된 공수처가 법무부와 한 청사에 있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지적에도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키로 했다가 수사 공정성 논란이 커지자 한시적으로 입주키로 했다. 장기적인 입주 건물과 청사 부지 선장작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구체적인 자격 등을 담은 규칙 등 하위 법령 마련을 조속히 끝내고, 법조계의 적합한 인사 인선작업도 차질없이 추진하길 바란다.
다시 역설하자면, 공수처의 핵심 요건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다. 이를 위해 정치권은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법률에 따라 여야 합의로 공정하게 진행해야 마땅하다. 공수처 출범부터 불법과 불공정 논란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검·경찰 권력을 정치 시녀로 악용하면 정치적 보복은 끝이 없고 정치 발전도 없다는 걸 자주 목격해 왔다. 검·경과 공수처가 정치권 손아귀에 놀아나지 않고 엄정하게 중립을 지키며 제 역할을 다하는지 국민이 철저히 감시할 책임도 있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