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부실 재난방송 지적에도 KBS “할 것 했다” 해명하자 비난 쇄도

  • 가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재난방송 주관사 KBS, 부산 호우 피해 방송 늑장·부실 논란
“사내 매뉴얼 따라…돌발 재해 대응 어려워”
지난해 양승동 사장 컨트롤 타워·재난방송 체계 손봤지만 효과 ‘미비’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린 지난 23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일대 도로가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부산일보 DB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린 지난 23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일대 도로가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부산일보 DB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가 사상자를 낸 부산 호우 피해 보도를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이에 KBS가 ‘회피식’ 해명을 내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3일 밤부터 24일까지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는 사망자 5명, 부상자 4명, 이재민 217명 등의 피해를 냈다. 부산 162곳을 포함한 289곳의 주택이 침수되는 등 시설물 피해도 있었다. 피해 지역은 주로 부산과 울산 등 경남 지역이었고, 경북 영덕에서도 136명이 이번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번 폭우 이후 KBS청원게시판과 온라인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KBS가 부실한 재난방송으로 수신료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부산 폭우에 KBS가 재난방송 주관사로서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 40조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 재난방송 지정 방송사가 재난방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재난방송 주관사는 재난이나 재해, 민방위 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예방하거나 대피·구조·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에 KBS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KBS는 입장문에서 “선제적, 예방적 정보와 행동 요령을 23일 오전부터 인터넷과 라디오, TV를 통해서 경남 지역과 강원 영동 동해안 지역에 내릴 집중 호우의 위험성을 시민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당일 사내 재난방송 매뉴얼에 따라 재난방송을 내보냈지만, 돌발적으로 발생한 재해라 대응이 어려웠다는 게 KBS의 주장이다.


KBS가 이번 부산 폭우 당시 재난방송 주관사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자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KBS가 이번 부산 폭우 당시 재난방송 주관사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자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네티즌들은 KBS의 해명을 두고 ‘회피에만 급급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KBS는 이번 입장문에서 정규 주요 메인뉴스에서 경남 지역의 집중호우를 다뤘다고 주장했지만, ‘뉴스9’의 첫 꼭지인 경남 지역 호우특보를 제외하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기상 상황을 전하는 뉴스에 가까웠다. 지난해 9월 태풍 ‘링링’이 서울과 수도권을 통과하기 전 KBS가 며칠 동안 대대적으로 전국 재난방송을 통해 시설물 관리 방법과 대피 안내 등을 내보냈던 것과도 차이가 있다.

KBS가 “기상청의 통보문에 부산이 위험 지역으로 특정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 점 역시 부실했던 사후 재난방송의 사유가 되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 언론사는 지난 23일 밤 9시 38분 부산 동구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경찰에 최초 신고 접수된 뒤 10시쯤부터 부산과 경남 지역의 폭우와 침수 상황을 실시간으로 긴급 타전했지만, KBS는 당초 예정됐던 정규 프로그램과 음악 방송 ‘올댓 뮤직’을 내보냈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가 이번 재해 이후 상황 내보낸 첫 로컬특보 시간은 새벽 0시 13분이다.

이후 KBS는 이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부산 도심 곳곳 침수’라는 현장 전달식 뒷북 방송을 내보냈다. 이미 부산 대부분의 지역이 침수돼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은 뒤였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과 시설물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대피소 안내나 행동 요령 등 맞춤형 특보도 없었다. 이는 KBS가 내놓은 ‘단순한 현장 상황 전달보다는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최소화하는데 노력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해명에도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린 23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일대 도로가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부산일보 DB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린 23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일대 도로가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부산일보 DB

KBS의 늑장 재난방송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하면 KBS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재난방송 35건을 50분 이상 지연했다. 200분 이상 지연된 사례도 4건이나 됐다. 지난 2018년 경북 포항 지진과 같은 해 7월 전국 홍수주의보 발령, 8월 남해·부산 앞바다 태풍주의보 발표는 각각 방통위 통보시각보다 각각 48분·69분·44분 지연됐다.

KBS는 지난해 4월 강원 산불 발생 당시 재난방송에 충실하지 않았다가 청와대에서까지 지적을 받고, 같은 해 6월 재난방송 체계를 다듬은 만큼 이번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KBS는 △국지적 재난 시 해당 지역 자체 재난방송단을 구성해 특보 체제 전환 △재난방송 사후 평가 반영 △대피령 발령 지역, 대피소 위치 등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 제공 필요성 강조 등을 골자로 하는 재난방송 매뉴얼을 개정했다. 양승동 사장은 “재난방송은 국민 신뢰와 직결된 국가기간방송 KBS의 핵심 책무"라며 "철저한 준비와 사전 훈련을 통해 충실히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