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지심도 갈등 공론화로 푼다’ 28일 시민 공청회…강제 이주 명분 위한 '공개 재판' 지적도
관광섬 개발에 따른 토착민 이주를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거제 지심도. 거제도 동쪽 해상에 자리 잡은 작은 섬으로 섬의 형상이 ‘마음심(心)’을 닮았다고 해 지심도라 불리고 있다전체 면적은 0.36㎢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 원시 상태가 가장 잘 유지돼 온 동백 숲을 품고 있어 ‘동백섬’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시가 관광섬 개발에 따른 토착민 이주를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지심도 문제(부산일보 9월 21일 자 10면 보도 등)를 ‘시민공청회’ 테이블에 올린다. 특정 주민이 아닌 전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바람직한 상생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권익위원회 중재조차 거부한 거제시가 ‘공개 재판’으로 강제 이주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제시는 오는 28일 시청 블루시티홀에서 ‘지심도 관광 명소화 사업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시는 이 자리에서 지심도 주민과의 상생 방안에 대한 법률적 검토 결과를 설명하고 참석자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관계법 검토, 관계부처 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심도 관광 명소화 사업의 추진 방향과 주민 상생 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거제시민이면 누구나 참석 가능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희망자가 많을 경우, 현장 배석이 제한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장 참석이 어려운 시민을 위한 추가 의견 제출 창구도 운영한다. 거제시청 홈페이지 ‘고시공고’의 ‘지심도 관광 명소화 사업 및 지심도 주민관련 공청회 개최 공고’ 게시물에 첨부된 의견 제출서를 다운로드받아 내달 2일까지 서면으로 제출하면 된다.
거제시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 형성을 위한 자리”라며 “지심도 관광 명소화 사업은 조선경기 침체로 어려운 인근 지역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찮다. 이번 공청회가 강제 이주를 밀어붙이는데 필요한 명분을 쌓는 꼼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거제시는 앞서 이번 갈등에 관련해 권익위가 제시한 3가지 중재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1안은 옛 국방과학연구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민박, 식당 영업이 가능한 집단 상가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신 기존 거주지는 상업활동을 금지하고 주거용으로만 사용하는 조건이다. 2안은 ‘마을 지구 지정’이다. 환경부가 국립공원 내에서도 주민이 살수 있도록 만든 장치로 주택 증·개축, 신축이 가능하고 민박·식당 영업도 가능하다. 3안은 자연공원 지정 전 들어선 건축물에 대해 증·개축을 허용하도록 한 자원공원법에 근거해,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 이전에 들어선 주택을 양성화하는 것이다.
동백섬으로 불리는 거제 지심도 풍경. 거제시 제공
그러나 거제시는 권익위에 보낸 회신공문에서 ‘현행법상 지심도에 주민이 거주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불법건물 양성화 없이는 거주할 수 없는데, 양성화를 위해선 공유지 매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환경부 승인과 시의회 의결이 필수다. 하지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때문에 불법을 양성화하기 위해 행정재산을 처분할 순 없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개발 사업과 관계없이 주민 이주는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사)섬연구소는 성명을 내고 “거제시가 또 잔꾀를 부리고 있다. 속이 빤히 보이는 얕은수를 써서 진실을 호도하려 한다”며 “거제시는 여전히 주민과 상생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특히 거제시가 공청회 열기로 한 이유 중 하나로 명시한 ‘주민 불법 사항에 대한 합리적 처리 방안 결정 필요’에 대해 “주민들을 처벌하기 위한 ‘공개 재판’을 열겠다는 뜻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아무런 지원도, 더 바라는 것도 없다. 길게는 70년, 짧아도 20년 넘게 섬을 가꾸고 지키며 살아온 지심도 주민들을 그냥 그대로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심도는 거제도 동쪽 해상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섬의 형상이 ‘마음심(心)’을 닮았다고 해 지심도라 불리고 있다. 국내에서 원시 상태가 가장 잘 유지돼 온 동백 숲을 품고 있어 ‘동백섬’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1936년 일본군이 섬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뒤 병참기지로 사용하다 해방 후 주민들이 돌아와 정착했지만, 정작 소유권은 국방부로 넘어갔다. 이후 국회 청원 등 끈질긴 반환 노력 끝에 2017년 3월 소유권을 돌려받은 거제시는 지심도의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관리해 자연과 생태, 역사와 스토리가 어우러진 명품 테마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런데 주민 이주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최근까지 지지부진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